회사명 ‘掌上韩品’, 손 위에 한국 담겠다는 뜻
“손님들과 가족같이 지내는 것이 성공비결”
중국에서 사업 하는 것이 싶지 않다는 것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소규모 개인 창업자가 중국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2008년 2평짜리 ‘구멍가게’로 사업을 시작한 손하나 장상한품(掌上韓品) 대표는 창업 11년 만에 3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 여성이다. 처음에는 한국의 떡볶이, 김치전, 떡꼬치, 어묵 등을 포장 판매했다. 손님 대부분이 중국인과 서양인이어서 퓨전 한식으로 음식을 내놓았는데, 이 음식들이 히트를 쳤다. 회사명 ‘장상한품(掌上韩品)’은 손위에 한국을 담겠다는 뜻. 그는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 정(情)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상해에 거주하는 각국 외국인들과 함께 TV에 출연한 손하나 대표.(한복)
한국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27살 북경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중국 생활을 시작했다. “1년간 중국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려 했지만, 중국어 실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더 남게 됐어요. 이런 모습으로 귀국해 부모님을 뵌다는 것이 부끄러웠지요. 지인의 소개로 상해있는 건설회사에 취업했는데, 제 적성이 건설업과 맞지 않아 그만두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떡볶이 가게를 차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해에서 유학을 같이 했던 친구와 중국 사람이 파는 떡볶이를 먹었는데, 한국 떡볶이를 흉내만 낸 것 같은 맛이 났고 번뜩 ‘한번 떡볶이 가게를 차려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수중에 있던 돈을 탈탈 털어 2평짜리 가게를 구했습니다.”
첫 번째 가게는 음식을 먹을 테이블도 없고, 간판을 달 공간도 없을 정도로 작았다. 아파트 근처 동네에 위치하다보니 지나가는 중국인들이 신기한 듯 구경했다고 한다. 하루에 50위엔(한화 8천원) 어치 밖에 팔지 못했던 때도 있을 정도로 장사는 잘 안 됐다. 손 대표는 실패한 모습으로 한국으로 돌아가 부모님 뵙기가 싫어서 목숨 걸고 악착같이 일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1시에 퇴근했다.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그러자 단골이 하나 둘 생겼고 단골이 새 손님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자 사람들이 줄을 서는 맛집이 됐다.
장상한품 매장.
“음식을 잘 모르는 저는 사업 초기 3개월 동안 떡볶이 양념을 개발했어요. 중국인 입맛에 맞게 매운맛, 짜장맛, 카레맛 떡볶이를 내놓았지요.”
손님들이 편하게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했고,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메모판도 만들었다.
“매장 30호점을 오픈하면서 한 번도 새 매장 개장 날짜를 어긴 적인 없습니다. 매장 하나를 오픈하려면 위생허가, 주방시설, 인테리어, 종업원 교육 등 수많은 일들을 일사분란하게 처리해야 했는데요, 개장 때가 되면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지요.”
손 대표의 사업이 모두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이 중국 사업자등록, 위생허가, 소방증 등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사기를 당한 적도 있었고, ‘장상한품’이 조금씩 알려지게 되자 집주인으로부터 영문도 모른 채 한겨울에 쫓겨난 적도 있다. 어떤 집주인은 계약서 작성에 오류가 있다며 나가라고 했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그는 두 달 정도 누구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
손하나 대표가 매장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있는 모습.
다행히 중국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8평짜리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는데, 그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일했다고 한다.
“바쁘게 보내다 보니 끼니를 자주 거뤘고, 잠시 틈이 날 땐 큰 양푼 안에 남는 식재료를 넣고 비벼서 먹었습니다. 손님들이 너무 맛있어 보인다고 해서 한 입씩 주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가정식 비빔밥’이라는 메뉴가 생기게 사연입니다.”
손 대표는 직원 서비스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손님들이 혼자와도 둘이와도 가장 마음 편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손하나 대표가 TV에서 한국요리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손님 중에 방송국 작가, 방송PD가 있었어요. 저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무 재미있다며 방송 출연을 제안해 왔어요. 각국의 외국인들이 나와서 각 나라의 생활습관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上海电视台 상해TV生活大不同이라는 프로였는데 제가 한국 대표로 5년 동안 고정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东方卫视。浙江卫视 등에서도 연락이 왔고, 지금은 TV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라디오, 인터넷방송 등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장상한품’은 한국의 유명한 연예인이나 중국 유명 인사들에게도 알려졌다. 한국의 김수현, 비(정지훈) 등이 상해에 올 때 배달을 시켜먹었고, 중국에서 최고 갑부라고 불리는 ‘완다 그룹’ 회장의 외아들 왕쓰총(王思聰)이 이곳에 들려 식사를 했다.
손 대표는 중국에서 요식업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할 계획이다. 또 한국의 대학들과도 연계하여 해외청년 창업 프로그램도 펼쳐가고자 한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지요.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기회를 잡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