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무상 횡령 혐의 말레이·중국인 2명 추적 중 실제 평균 송환율 50% 불과…신병확보 여부 관건
제주의 한 카지노에서 현금 145억원을 횡령한 외국인들이 경찰의 전방위 수사에도 넉 달째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검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50대 여성 A씨와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 B씨의 뒤를 쫓고 있다.
중국 랜딩그룹의 홍콩 투자법인인 랜딩 인터내셔널(Landing International)이 지난 1월5일 A씨를 직접 고소하면서부터다. 벌써 넉 달이 지났다.
A씨와 B씨는 각각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의 자금관리 담당 임원과 관계자로,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 VIP 고객 금고에서 현금 145억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쉽게도 경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는 이미 이들이 사라진 뒤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쯤 연차를 내고 중동으로 향했고, 몇 달 뒤에는 B씨 마저 중국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국제형사경찰기구(ICPO·통칭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활용해 국제 공조 수사를 벌여야 했다.
적색수배는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를 현지에서 체포해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인터폴의 가장 강력한 수배 조치로, 현재 인터폴에 가입된 190여 개국에는 A씨와 B씨의 인적사항과 지문 등의 정보가 공유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A씨, B씨와 같은 해외 도피 사범을 데려와 죗값을 묻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 수는 2016년 616명, 2017년 528명, 2018년 579명, 2019년 927명, 2020년 943명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로 송환된 인원은 2016년 297명, 2017년 300명, 2018년 304명, 2019년 401명, 2020년 271명 정도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해외로 도피하는 범죄자 수 보다 국내로 송환되는 범죄자 수가 적어 송환율은 평균적으로 5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48.2%, 2017년 56.8%, 2018년 52.5%, 2019년 43.2%, 지난해에는 28.7%까지 떨어졌다.
해외에서는 신병 확보가 더 어려운 데다 신병 확보 후 진행되는 범죄인 인도 절차나 강제 송환 절차 역시 상당히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도피 사범들이 빠르게 검거되는 일도 분명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A씨(34)가 붙잡힌 것은 추적 20일 만의 일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적극 조치에 나선 상대 국가 덕분이라고 했었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제주 카지노 145억원 횡령사건 수사는 사실상 답보 상태다. 주범인 A씨와 B씨가 잡히지 않으면서 사건의 실체와 돈의 출처, 소유 관계 등이 여전히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액 145억원 중 134억원을 회수했고, 공범인 중국인 C씨와 D씨, 한국인 E씨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마무리했다. 주범들의 신병 확보만 남은 상황”이라며 “국제 공조 수사가 보다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미란 기자 mro1225@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