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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집설교]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성도는 이름을 남긴다

김형진 치쿠마비전교회 목사

누군가를 기념하기 위해 동상을 만듭니다. 건물에 사람의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나 숭실대에 있는 한경직기념관, 연세대의 언더우드관 등이 예입니다. 이걸 아무에게나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기념할 만한 일을 했다거나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그런 개념과는 반대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수많은 사사 가운데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음에도 이름이 기록돼 있는 사사가 있습니다. 바로 삼갈입니다. 드보라, 기드온, 삼손 같은 사사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삼갈은 그런 사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사람입니다. 달랑 한 줄 밖에 기록돼 있지 않으니 어떤 사람인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의 이름을 보면 종교적인 배경 또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본문에 ‘아낫의 아들 삼갈’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여기서 아낫은 여신 아스다롯의 별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학자들은 삼갈의 아버지가 아스다롯의 이름으로 개명을 했거나 그것이 아니면 삼갈을 아스다롯에게 서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상을 섬기는 집안에서 자란 것입니다. 배경이 이렇다 보니 과연 삼갈이 사사로써 합당한 사람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사사들의 명단을 작성할 때 삼갈의 이름을 빼기도 합니다.

이렇게 애매한 위치에 있는 삼갈이 사사 중에 한 사람으로 성경에 기록돼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성경은 삼갈을 사사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갈이 어떻게 사사로써 이름을 남기게 됐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삼갈은 블레셋 사람을 600명이나 죽였습니다. 무기는 소를 모는 막대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가만히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600명과 싸우는 동안 막대기가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막대기도 몇 대 때리면 부러지는 데 삼갈의 막대기는 부러지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한두 명과 싸운 것이 아닙니다. 600명과 싸웠습니다. 그런데도 부러지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막대기에 맞고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막대기로 한 대씩 맞았다고 죽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싸운다고 쳐도 다른 사람들은 놀고 있었을까요. 한 사람을 네다섯 명만 둘러싸도 꼼짝할 수가 없는데 삼갈은 600대 1로 싸워서 이겼습니다.

한 가지만 더 생각해봅시다. 삼갈의 상대는 블레셋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을 두고두고 괴롭힌 족속이고 삼손을 끌어내릴 정도로 강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삼손은 자멸한 경우이긴 하지만 그래도 블레셋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을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도 모르는 삼갈이 혼자서 꺾어 버린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능력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삼갈은 주목받지 못한 사람이었고 우상을 섬기는 집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의 영이 그와 함께할 때 사사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라도 자신을 보잘것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괴로워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삼갈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영이 함께 할 때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임재할 때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겼습니다. 보잘것없는 인생이 존귀한 인생으로 변했습니다. 힘겹게 코로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삼갈과 같이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해져서 믿음의 사람으로 이름을 남기는 복이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김형진 치쿠마비전교회 목사 (국민일보 게재)

치쿠마비전교회는 재일대한기독교회에 소속된 교회로 일본 나가노현 치쿠마시에 2012년에 설립됐다. 한국인 성도들과 함께 지역 복음화를 위해 예배하고 기도하는 교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