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작하여 ‘코로나19’로 끝이 날 정도로 이 전염병은 우리의 모든 일상을 빼앗아 가버렸고, 아직도 진행형에 있다.
범부인 나와 우리 가족 또한 집콕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아들이 휴가를 받아도 갈 곳이 없다고 하여 이민 초기부터 벼르던 미 대륙횡단을 결심하게 되었다. 미 대륙 자동차 횡단 여행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들도 일평생 꼭 한번 이루고 싶은 꿈이다. 그래서 여행을 기획하면서 잊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비슷한 여행을 계획할 다른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강남중 기자-
♣ 여행 준비
아들의 휴가 기간이 10일 동안뿐이라 왕복 드라이브 횡단은 어려울 것 같고 라스베가스에 처갓집이 있기도 하여 일단 자동차로 그곳까지 갔다가 비행기 편으로 돌아올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항공권과 랜트카부터 예약 했다. 참고로 웬만한 경비는 평소에 적립한 카드사 마일리지를 사용했다. 차량은 비용 부담은 있지만 장거리 드라이브에 덜 피곤하고 더 안전한 대형 SUV를 선택했고, 워싱턴 달라스 공항에서 픽업하여 라스베가스 공항에 리턴하는 것으로 했다. 랜트 카 보험은 우리 에이전트가 따로 들지 않아도 커버가 충분하다고 해서 들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대자연을 우선으로 하여 내쇼날 국립공원들을 보기로 하고, 62세 이상 평생회비 80달러인 ‘시니어 평생회원권’을 구입했다. 국립공원 차량 한 대 입장료가 35달러 선이니 많이 절감할 수 있다. 시니어가 아닌 분들도 국립공원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더 있다. 80달러 연중 회원권을 구입하면 1년 동안은 무료이다. 그리고 가족 중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있으면 Forth Grader National Pass를 만들면 온 가족이 1년 동안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여행 코스는 페어팩스를 출발하여 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 → 샌안토니오(택사스) → 칼스배드 동굴(뉴멕시코) → 화이트 샌즈(뉴멕시코), 세도나(애리조나) → 모뉴먼트 벨리(애리조나, 유타) → 그랜드 캐년(애리조나) → 후버 댐(애리조나, 네바다) → 자이언 캐년·브라이스 캐년(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 라스 베가스 순으로 계획했다.
일정표는 구글 맵으로 거리와 이동 시간을 계산하여 확실한 날짜에는 투숙 호텔을 미리 예약하고, 어정쩡한 날짜에는 이동 중에 호텔을 정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라 숙소는 넉넉했다. 식사는 하루 한 끼는 이동 도중 공원에서 해결하기로하고 삼겹살을 미리 얼리고 쌀과 라면, 밑반찬 등을 준비했다.
♣ 제1일 – 뉴올리언스로 출발
뉴올리언스는 페어팩스에서 15시간 정도의 거리라 밤 7시경에 출발하여 목적지인 증기기관 보트 승선장에 오후 1시에 도착했다. 아들과 교대로 밤샘 운전을 한 것이다.
뉴올리언스시에 들어 가는 길은 유타주 Great Salt Lake 다음으로 큰 소금 호수인 포차트레인호수(Lake Pontchatrain)를 가로 지르는 세계에서 제일 긴 다리 커스웨이 브리지(총길이 40km, 35분 운전)를 이용했다. 정말 장관이다. 보다 천천히 운전하며 즐기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이다.
미 남서부 코스 첫 번째 출발지로 뉴올리언스로 정한 이유는 미국의 젖줄인 세계에서 4번째로 긴 미시시피강을 보고 싶었고, 재즈로 유명한 프랑스 풍의 이 도시가 2005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도시의 80%가 물에 잠기는 엄청난 피해를 당했지만 지금까지도 완전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하여 꼭 한번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1803년 프랑스로부터 매입하여 미국 제2의 항만도시로 성장하면서 한때 큰 전성기를 누렸지만 도시의 영화도 잠시, 이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쳐 이 도시 일부는 폐허가 진행 중이었다. 도심의 많은 상점들에는 리스 싸인이 붙어 있거나 나무판으로 못질 되어 있었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프렌치쿼터의 고풍스런 밤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쥐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뉴올리언스는 지금은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시 전체가 썰렁 분위기이지만 원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라 다음에 다시 찾을 때는 인터넷으로 꼼꼼이 챙겨 관광해볼 만한 도시이다. 이 도시의 가장 큰 축제는 매년 2월에 열리는 마르디 그라 축제이다.
마르디 그라 데이란?
부활절 전 40일간(일요일 제외)을 사순절이라고 하며 금욕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 사순절에 들어가기 전날, 즉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이 바로 참회의 화요일로 알려져 있는 마르디 그라(Mardi Gras) 데이이다.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의 축제, 프랑스 니스 축제, 독일의 콜로그네 축제, 그리고 이 마르디 그라 축제가 세계 4대 축제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 제2일 – 샌안토니오(택사스)로 출발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시작되는 10W 도로는 캘리포니아주 LA까지 연결되는 대륙을 동서로 가르는 긴 도로이다. 뉴올리언스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거대한 호수와 강, 그리고 광활한 늪지대 위에 놓인 긴 다리(10W) 위로만 거의 2시간을 운전한 후 일반 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아름다운 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궁금한 늪들을 보는 재미가 좋았다.
라파옛, 보몬트, 휴스턴시를 거쳐 8시간 만에 도착한 샌안토니오는 1821년 멕시코혁명에 의해서 멕시코령(領)이 되었으나, 1845년 텍사스주의 독립운동에 의해서 미국령이 된 멕시코 분위기가 풍기는 도시이다.
택사스주를 관통하는 샌안토니오강 연안에 자리한 공업도시이지만 도심 가운데에 강이 범람하지 못하도록 배수구를 만들고 강변을 상업 지구로 설계했다. 강변에는 강을 따라 일직선으로 공원이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샌안토니오 명소인 리버워크(San Antonio River Walk, Paseo del Rio)이다. 강을 따라 고급 호텔들과 상점들, 다양한 레스토랑이 들어선 이곳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몰려와 경치와 분위기를 즐긴다.
투어 보트 가이드 말로는 야경이 특히 아름다우며 축제 때나 크리스마스에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고, 고풍스런 식당과 호텔에서는 야외 결혼식도 많이 열린다고 한다.
여행 중에 그곳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 받는 즐거움도 크다. 샌안토니오 전,현직 한인회장이 나와 우리 일행을 반겨줬다. 만약 여러분들이 낯선 도시로 여행할 때 생각지도 않은 어려움을 당할 때는 그곳 한인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방법이다.
샌안토니오에서 한식을 즐기고 싶다면 김갈비(4527 Goldfield San Antonio, TX 78218 ☎210.662.6699) 식당을 추천한다. 고기가 푸짐하고 맛있다.
♣ 제3일 – 칼스배드 동굴(Carlsbad Caven), 뉴멕시코
원래 예정은 샌안토니오를 떠나 7시간 거리인 칼스배드 국립공원을 관람한 후, 당일 저녁에 화이트 샌즈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동굴 입장이 오후 2시에 끝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칼스베드시에 호텔을 정하고 다음 날 일찍 관람했다.
과들루프 산맥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석회석 동굴인 칼즈배드 동굴은 우선 크기에 놀란다. 189km2 넓이의 동굴은 먼저 228미터의 깊이를 1 시간 정도 걸어서 내려가면서 각종 아름답고 괴기한 종유석 · 석순 등을 구경한다. 서울의 63빌딩이 249미터인데 거의 같은 높이의 땅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되고, 버지니아의 루레이 동굴 면적이 0.4㎢이니 그 어마어마한 크기 또한 상상 가능할 것이다.
축구장 몇 개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세계최대 규모 동굴을 다 관람하는 데는 총 2시간 정도 걸린다. 올라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공원에는 해 질 녘에 먹이를 찾아 동굴 밖으로 나오는 수백만 마리의 박쥐떼가 펼치는 환상적인 장면을 감상할 수 있도록 옥외 좌석을 만들어 놓았다. 밖으로 나온 박쥐떼의 숫자는 들어갈 때에도 그 수는 언제나 동일하다고 한다.
동굴 입구에는 박쥐들의 배설물로 인해 지독한 냄새가 요동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효과를 보기도 했다.
♣ 곧게 뻗은 사막 도로라고 해서 객기 부렸다간 객사할 수도 있다.
샌안토니오에서부터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도로는 모두 끝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위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된다.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만 펼쳐진다. 여기서 독일의 아우토반으로 착각하여 시속 120마일을 달려 보는 객기를 부리다가 차가 뒤집힐뻔했다.
제한 속도가 80마일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도로는 그 끝이 점 하나로 보일 정도로 일직선이었고(도로 설계 시 그냥 자로 그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가는 차량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번 최대 속도를 즐겨 보자는 총알택시 기분만 있었지 도로 상태는 생각지 못했다. 지반이 약한 사막 위에 건설한 아스발트 도로이라 땅 꺼짐 현상이 있었고, 뜨거운 태양 열기에 도로가 올록볼록 되어 자동차가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현상이 되어 아찔한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사막 도로 운전시 조심하시기 바란다.
♣ 제4일 – 화이트 샌즈(White Sands National Park)
칼스베드 동굴 관람이 끝나자마자 화이트샌즈로 출발 3시간 30분 정도가 지나자 저 멀리 사막 아지랭이 사이로 오아시스처럼 펼쳐진, 마치 한국의 대형 비닐하우스같이 느껴지는 하얀 ‘화이트샌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화이트샌즈는 뉴멕시코 남쪽, 산 안드레스 산맥과 새크라멘토 산맥으로 둘러 쌓여 있는 툴라로사 분지(Tularosa Basin) 안에 있다. 옛날 바다물 속에 녹아 있던 투명석고 수정체가 풍화작용으로 깨어지고 부서져서 오늘의 흰 석고 모래 언덕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하이얀 모래언덕과 파아란 하늘”. 오직 이 두 가지 빛이 연출하는 대 자연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매년 6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20m 높이의 이 석고 모래 언덕은 강한 사막 바람에 의해서 해마다 그 모습이 변한다고 한다. 실제로 해 질 녘에 다시 찾은 화이트샌즈는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의 쉬운 접근을 위한 도로에는 벌써 모래가 날라 와 길을 덮었는지 마치 제설차가 눈을 치운 듯 도로 가장 자리에 밀려 쌓여 있었다.
맨발로 모래 언덕에 올라보니 열 차단 효과가 있는 석고 모래라 그런지 의외로 덜 뜨겁다는 느낌이 왔고, 10Cm 정도 파 보니 안에는 습기가 있었다. 그래서 사막 식물들이 자라고, 많은 동물들도 살고 있는 것이었다. 모래를 집어 혀를 대어 보니 여느 바닷가 모래와는 맛이 다른 느낌도 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고 모래의 들판인 화이트샌즈 면적은 800 km2으로 서울시(605.25km2) 면적보다 훨씬 더 넓다. 맨발로 열심히 걸어가 언덕 몇 개를 넘어 보았자 서울 명동시장 한 바퀴 밖에 안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이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70번 도로에는 한국식 검문소가 있으니 미국 체류 신분에 문제 있는 사람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화이트샌즈 북서쪽에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은 검문소를 통과하게 되어 있다. 화이트샌즈 옆에는 미사일 기지와 공군 베이스 캠프가 있고, 국경이 가까워 국경수비대(Border Patrol) 요원들이 샅샅이 검색하고 있었다. 이 미사일 기지는 1945년 최초로 원자폭탄을 실험한 군 기지로 유명하고, 가끔 미사일 시험발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제5일 – 볼텍스(Vortex)로 유명한 세도나의 거대 바위(Bell Rock)
화이트샌즈가 있는 알라모고르도시를 떠나 다음 여행지인 세도나(애리조나주)까지는 8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이동 도중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휴게소에서 먹은 바베큐 돼지 목살의 맛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거대한 붉은 색 사암 바위로 둘러쌓여 있는 세도나는 전기적인 에너지가 방출되는 곳으로 유명하며 이를 볼텍스(Vortex)라고 부른다. 그래서 건강을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휴양지가 되어 있고, 한국에서도 기인들이 많이 와 명상수련을 하면서 기행적인 행동으로 한국 매체에 종종 소개되기도 한다. 붉은 사암은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자력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사암 바위 지대를 중심으로 타운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 천천히 드라이브 하면서 구경하거나 트레일 코스를 이용하면 보는 시각에따라 다른 거대 바위의 품격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종 모양으로 생긴 거대한 벨락(Bell Rock), 에어포트 메사(Airport Mesa), 카테드랄 바위(Catherdral Rock), 보인튼 캐년(Boynton Canyon)이 대표적인 곳이고, 절벽 위에 세워진 교회에는 항상 문이 열려 있어 잠시 기도를 드릴 수 있다. ‘Chapel of the Holy Cross’라는 이 예배당은 30만 달러의 비용으로 1956년 완공되었으며, 2007년 애리조나 주민들에 의해 ‘애리조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 제6일 – 모뉴먼트 벨리(Monument Valley)
자동차로 세도나 구석구석을 돌아 본 후 4시간 거리인 모뉴먼트 벨리로 이동했다. 89번 도로 북쪽 방향으로 플래그 스탭을 지나 Gray Mountain이 나오면 되도록 천천히 운전하면서 기암절벽들을 구경하시기 바란다. 마치 무지개떡 같은 산이 나오면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몇 시간이고 똑같은 사막 풍경을 보다가도 이런 높은 산에서는 울창한 침엽수 숲도 만나기도 한다.
산에서 비 구경을 좀 하나 싶으면 또다시 바로 사막이다. 사막에는 차들만 가는 것이 아니다. 계속 이어지는 전선주와 기차길도 함께 간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지만 운 좋으면 수하물 칸이 150여 개가 되는 기차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도저히 살 것 같지 않은 척박한 사막임에도 군데군데 인디언 거주지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흩어져서 홀로, 혹은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지만 차창 사이로 궁핍한 삶을 사는 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나바호 인디언 거주(거류) 지역인 모뉴먼트 밸리의 원 이름은 Tse Bii? Ndzisgaii라고 하는데 해석하면 말 그대로 ‘바위들 계곡’이다. 마치 기념비(모뉴먼트)가 줄지어 서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지만 이곳은 나바호족의 성지이다. 면적은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3분의2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장엄한 붉은 사암산들은 계곡 바닥 기준으로 300m 이상 되는 것도 수두룩하다. 차를 타고 쭉 둘러보면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독특한 바위 모습들을 보면서 애리조나주와 유타주를 왔다 갔다 하게 될 것이다. 애리조나 주와 유타 주 경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91미터 높이에 폭은 겨우 2미터밖에 되지 않는 바위기둥인 토템 기둥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인디언 가이드 안내를 따라 이것저것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다.
그랜드캐년과 가까워서 연계하여 당일치기 관광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Goulding Lodge 호텔에 투숙했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모뉴먼트의 아침 일출과 석양의 장엄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 호텔에서 운 좋게 나바호 인디언 샌드위치를 시식할 수 있어 기억이 남는다.
어느 방향에서 그랜드 캐년을 가더라도 코코니노 국유림이 있는 ‘플래그스탭(Flagstaff)시를 둘러 보는 것도 좋다. 이곳은 워싱턴 지역 교회들이 나바호 인디언 단기선교를 위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제7일 –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그랜드 캐년은 크게 사우스림(South Rim), 이스트림, 웨스트림, 노스림으로 나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그랜드 캐년을 관광했다고 말하면 거의 90% 이상이 사우스림을 다녀왔다고 보면된다. 왜냐하면 웅장하면서 거친 남성스런 대협곡을 관람할 수 있는 뷰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우스림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위를 항상 지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포 센터뿐만 아니라 그랜드 캐년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에어 투어(헬리콥터, 세스나 비행기)도 오픈하지 않았지만 1년 내내 연중무휴인 이 사우스림에서 우리는 걷거나 자동차로 다양한 포인트를 찾아다녔다. 포인트(Point)란 전망이 가장 좋은 지점을 말하는데, 포인트마다 보는 각도가 틀려 그랜드 캐년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유리 다리로 유명한 스카이 워크가 있는 웨스트 림은 시간 관계로 가질 못했지만 대신 인터넷으로 즐기기로 했다.
사우스림은 아리조나주 정부에서 개발하여 관리하고 있지만 이 웨스트림은 원주민과 중국 이주민들이 자체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웨스트림을 우선으로 관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기도 하다.
여행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이 사우스림 국립공원 안에서 1박 하면서 일출, 일몰 광경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볼 거리를 즐기시길 바란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문 닫은 곳도 있지만 식당들도 많이 있다.
♣ 제8일 – 후버댐
애초 한 여름에 화씨 130도(섭씨 50도 정도)에 달한다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관광하려 했어나 사람이나 차량에도 너무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코스를 후버댐, 시온캐년, 브라이스 캐년으로 변경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한국 판 ‘뉴딜정책’을 발표하기도 하여 뉴딜정책의 대명사격인 후버댐을 둘러 보기로 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펼친 뉴딜(New Deal) 정책 중에 하나로 건설된 후버댐은 1936년 완성됐으며 당초 ‘볼더 댐’(Boulder Dam)으로 불렸으나, 1947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기념하여 ‘후버 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후버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콘크리트 건축물, 블록 모양의 분할 시공 등 획기적 건설 기술을 선보였다. 또한 5년간의 공사 기간 동안 2만 1000명의 인력이 동원되는 등 인류 역사상 최대 토목 공사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에서 1931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936년 후버댐이 건설되는 그당시 우리나라 시대 상황을 비교해보는 동안 차는 어느새 킹맨(King Man City, AZ))에 도착했다. 주유를 한 후 천천히 시가지를 둘러보고 작은 ‘모뉴먼트 밸리’ 같은 킹맨시를 관광했다.
후버댐 관광이 당국에 의해 오픈되지 않아 차로 댐 상류를 둘러본 후 15번 도로를 이용하여 다시 돌아와야 할 라스베가스를 지나쳐 시온캐년, 브라이스 캐년으로 이동했다.
♣ 제9일 – 시온캐년(Zion), 브라이스캐년(Bryece) 관광
신의 정원이라 불리우는 자이언캐년(시온캐년)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하고 장업한 붉은 괴석들이 숨을 멈추게 한다. 무서울 정도로 오묘한 “신의 작품”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시온캐년은 입구만 봉쇄하면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 같은 분위기이다. 성경에 나오는 시온(Zion) 또한 요새라는 뜻으로 예루살렘의 성을 지칭하고 있다. 이곳은 몰몬교의 발상지로 그들이 웬만한 도로와 터널 공사를 다 했다고 한다. 시온캐년(Zion), 브라이스캐년(Bryece) 이름 또한 몰몬교에서 지었다.
천사들이 내려와 노는 곳, 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 정상에서 하나님의 걸작품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면서 브라이스캐년으로 갔다. 다른 여느 국립공원들을 눈으로 담는다면 이 시온캐년은 가슴으로 담았다.
브라이스 캐년은 후두 (Hoodoo)라 불리우는 붉은 첨탑같은 돌기둥들이 형형색색 병풍처럼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시온캐년이 아담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해발 2800미터에 위치한 브라이스캐년은 이브를 위해서 여성스럽게 빚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 길 낭떠러지 절벽위로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13개 뷰 포인트를 거의 다 들러 후두들이 연출하고 있는 대자연의 예술품을 감상했다. 뷰 포인트 중에서도 선라이즈 포인트, 선셋 포인트, 브라이스 포인트, 페얼리랜드 포인트 등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는 곳이다.
수 만개의 후두 첨탑들이 만들고 있는 반원형 극장 협곡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양으로 끝없이 펼쳐저 있다.
♣ 제10일 – 라스베가스
브라이스 캐년에서 출발하여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15번 도로는 세인트 조지(St.George)라는 사막도시를 제외하곤 끝없는 사막과 협곡만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리 생명력이 없는 척박한 땅이지만 인간들은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지하에 물이 있는 곳은 퍼올려 농사를 짓고, 오일이 묻혀 있는 곳에는 셰일(Shale Oil) 펌프가 종일 절을 꾸벅하면서 일하고 있었다.
또 높은 언덕에는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쉬엄쉬엄 돌아가고 있었고, 뜨거운 사막 위에는 태양 발전을 위한 태양열 집열기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이 태양광 패널은 그 엄청난 넓이에 웬 사막에 호수인가? 할 정도였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라스베가스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비켜 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연중무휴의 도박장이 잠시 휴업을 했다가 다시 재개장을 했지만 ‘불야성’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유동 인구는 확실히 줄어 있었다. 호텔 카지노 내부에는 ‘코로나19’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서 오히려 우리의 일상생활 반경보다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는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초기에서부터 진작 이렇게 대비를 했다면 팬데믹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는 생각을 해본다.
♣ 에필로그
열흘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도대체 미국 땅 그 끝이 어디인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미국을 제대로 알려면 ‘대륙횡단’을 권하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 활동 반경이 줄어든 지금이 적기이다. 도로는 한산하고 ‘국립공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확실히 하고 있어서 ‘코로나19’에도 안전했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집콕으로 아이들과 스트레스로 싸우지 말고 한번 도전을 해볼 것을 권한다. 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때론 더없이 넓은 대자연에서 그동안 몰랐거나 소홀히 했던 가족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땅과 역사에 대해 가장 쉽게 설명해주는 ‘유튜브’ 하나를 소개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