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풀리지 못하고 응어리져 맺힌 마음의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복수심과는 다른 한국의 문화라 볼 수 있다. 화와 함께 한국인 정서의 특징으로서 ‘한(恨)’을 들 수 있다.
‘한’이라는 말도 한국만의 독특한 표현에 속한다. 화와 한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한국 사회에서의 고질병이다. 화는 한의 원천이기도 하고 한의 성격특성으로서 봤을 때 불안의 부분 특히 슬픔의 정서에 속한다.
어떤 한국 심리연구가가 한을 한국인의 심리와 역사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상징과 기호적 언어라고 말했듯 한이란 가장 한국적이고도 심층적인 한국인의 대표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한이 민족적 감정이라고도 말한다. 어머니가 평생토록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 채 가난하게 천대받으며 일생을 보내다 죽음을 맞이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어머니는 ‘한 많은 어머니’가 된다. 그밖에 자기 자신이 그러한 인생을 보냈다면 그것 또한 ‘한 많은 인생’이 된다. 살면서 하지 못한 말과 행동 등이 억눌려 내면에 겹쳐 쌓이고 쌓인 것을 ‘한’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러한 ‘한’을 품고 있다고 한다.
그 외 ‘한’이라는 것은 죽음과도 결부시키기도 하는데 ‘죽어서 한을 풀다’ ‘죽어도 한이 될 것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한’은 인고의 미학, 슬픔의 실의로써 한국인의 심리적 구조에 내재화되어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한의 특성이 표출될 수 있는데 억울하고 부당한 피해를 보는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 또는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형성되는데 이를 대상지향의 적대감정과 증오적인 정동이라 하는 ‘한’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피해자에게 형성된 ‘한’의 분노와 적개심은 내적으로 향하게 되고 스스로 그 경험에 대해 재해석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다 내 탓이야’ ‘아이고 내 팔자야’, ‘난 참 재수가 없어!’ 식으로 자신을 비난하고 비하하게 된다.
아래는 한의 네가지 발생단계이다.
― 선조의 한에 대한 치료
한과 화를 지닌 민족성의 선조는 민간신앙, 예술적 행위 등을 통해 치유하려 했다.
(1) 음악을 통한 치료: 양반의 억압에 눌린 서민들은 민요를 통해 순간적인 자가치료를 했다. 서민들의 민요는 매우 직설적이고 구체언어로서 내뿜기 때문에 그를 통해 그들은 조금이나마 해소를 했다. 대개 과거 선조의 음악은 한이 서려 있다고들 하는데 이를 보여주고 있다.
(2) 탈춤을 통한 치료: 평민들의 해학과 양반사회에 대한 풍자를 상징하는 탈춤은 과거 지배계급에 대한 불만의 한을 가면을 쓰고 역할극을 하면서 쌓인 한을 풀었다고 한다. 개인의 한을 집단의 한으로 전환하여 집단의 응집력과 공감대의 형성을 통해 집단치료의 역할을 자연스레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 굿풀이를 통한 치료: 무속인인 무당이 그들의 신을 통해 인간의 한을 풀고 다스리는 것으로 지금까지도 성행하고 있다. 여기서 주로 한풀이에 관한 선조의 표현을 양반에게 억눌린 평민들로 구성되는 특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행되고 있는 심리치료는 거의 모두가 서양에서부터 비롯되어져 온 것이다. 동양인의 심리를 다루는 데 있어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서양학문을 있는 그대로 끼워 맞추려 한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우며 다소 불편하고 상황에 안 맞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게 될 수 있다. 이런 복잡 다양한 한국인의 사회구조와 심리구조의 특성에 서양의 기본 심리학으로의 접근으로는 턱없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의 문화가 매우 다르듯 그 안에서 특히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다루기에는 그보다는 단순하고 안정적인 서양문화 속에서의 서양인들 심리구조의 심리치료 접근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은 경험자가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치열하고 과도한 경쟁과 승부 속에서 끊임없는 비교와 차별 속에서 스트레스가 증폭하고 불안한 심리를 형성하는 한국인에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참는 것이 미덕’으로부터 억제된 화와 한이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는 데 있어 한몫하고 있다는 걸 깨우쳐야 한다. 이에 한국은 세계적으로 우울증과 자살대국의 치명적 오명을 안아야 하는 현실을 겪고 있다.
앞으로 한국인들의 기호와 정서에 맞는 맞춤형 심리치료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데 심혈을 다해야 한다. 서양의 학문적 배경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바탕으로 한국사회 실정에 맞는 동서양 예술치료를 통합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