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재단 환송행사 “평시에 땀 흘려야 전시에 피 안 흘려”
이임을 앞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와 지역 민원에 따른 주한미군의 훈련 제한 문제 등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토로했다. 13일 한미동맹재단 주최로 열린 환송행사에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오전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고별사를 통해 “어떤 잠재적인 적대세력도 대한민국 방위를 위한 우리 결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면서 “북한이 중대 위협을 제기하는 한 우린 확실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한미가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브럼스 사령관은 특히 “우린 평시에 땀을 흘려야 전시에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다”며 한미 양국 군의 군사대비태세 확립을 위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1월 부임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지시로 일련의 한미훈련이 축소 또는 폐지된 데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던 상황.
일례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연례 한미 연합훈련이 올해까지 3년째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이 배제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실시된 데 대해 “훈련이 컴퓨터 게임처럼 돼가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또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주한미군 소속 AH-64 ‘아파치’ 헬기의 경북 포항 수석사격장 사용이 중단된 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 당국을 상대로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미군의 전투기 및 전투헬기 조종사들은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주야간 실사격 훈련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지 못하면 진급과 보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의 훈련여건을 보장하는 게 지휘관의 주된 역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주한미군의 전투기 및 헬기 조종사들은 한국 내 훈련장 사용이 제한되면서 일본이나 미 본토까지 가서 실사격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고별사에서도 “(한미) 연합 실사격 훈련 제한이나 미군기지에 대한 일상적 접근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고별사에서 언급한 ‘미군기지에 대한 일상적 접근’ 문제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경북 성주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가 4년째 ‘임시 배치’ 상태여서 현지 부대원들이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점, 그리고 인근 지역 주민 등의 사드 배치 반대 때문에 기지 부지 내로 장비·물자를 반입할 때마다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런 도전적이고 복잡한 동맹 현안을 이성적으로, 철통같은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며 “‘같이 갑시다’는 (한미연합사의) 구호는 그저 선전문구가 아니라 동맹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최근 미 정치권 등에서도 논란이 된 우리나라의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에 따른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해 눈길을 끌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가 양국 동맹의 버팀목”이라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종교의 자유’ ‘법치주의’ 등이 자유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한미 양국민은 이런 가치들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주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시찰에 나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임무 수행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란 해석을 나았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후임으로 지명된 폴 라카메라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에 대한 의회 인사청문회 등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달 전역한 뒤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장용석 기자 ys4174@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