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명확히 밝혀야…유력 주자 자리 빼앗기는 건 한순간”
대권 도전 선언을 앞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그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이 임박한 데 이어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준표 의원까지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그간의 모호한 화법 등 정치적 미숙함이 불러온 위기라는 분석과 함께 결국 오는 29일 대선출정식에서 명확한 자신의 비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였던 윤 전 총장의 지위에 이변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모호한 화법과 전언정치에 대한 비판, ‘X파일’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2014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최 원장이 3.6%를 기록해 단숨에 야권 인사 중 3위로 떠올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2.2%p, 응답률 5.8%.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 원장의 대권 도전도 가시화되고 있어 윤 전 총장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날 최 감사원장의 측근에 따르면 최 감사원장은 28일 감사원장 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의 측근은 “(사퇴 다음) 수순은 (대권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이 상승세인 것도 윤 전 총장에게는 악재다. 지난 24일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18~20일 진행한 대권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은 14.4%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에 올라섰다. (표본오차 98% 신뢰수준±3.1%포인트)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여권 인사들과 더불어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준표 의원까지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 ‘내우’가 깊어진 윤 전 총장이 ‘외환’에도 시달리는 형국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X파일 내용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법조인 출신인 윤 전 총장이 명예훼손 등을 다 걸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누군가와 싸우면서 또는 반대하면서 쌓아올린 것이다. 조만감 윤석열 지지율 붕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윤 전 총장을 향해 “국민을 보호하라고 위임한 국가 공권력인 검찰총장은 거의 마지막 공직이어야 한다. 대통령직을 넘보면 안 되는 것”이라며 “본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권력·출세욕의 재물로 삼았다고 국민이 의심하지 않겠냐”라고 비판했다.
야권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국민의힘 복당과 동시에 윤 전 총장을 향한 맹공을 퍼붓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25일 윤 전 총장을 ‘인터넷 쇼핑몰의 신상품’에 비유하면서 “신상품이 배송되면 직접 보고 흠집이 있으면 반품을 하지 않느냐”고 했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이 여러 의혹과 관련해 혹독한 검증을 거쳐 흠결이 있다면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복당이 성사된 지난 24일에도 윤 전 총장을 향해 “검찰총장이라는 법의 상징에 있었던 분이 등판도 하기 전에 20가지 정도의 비리 의혹이나 추문에 휩싸여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라고 공세를 펼쳤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윤 전 총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것은 ‘X파일’의 등장과 더불어 야권 유력 대권주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역량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스로의 정치적 역량이 아닌 반(反)문재인 연대의 상징으로서 높은 지지율을 보여온 윤 전 총장이 모호한 화법과 전언정치 등으로 정치적 미숙함과 국민적 피로감을 유발하면서 자연스레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결국 오는 29일 출마선언에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의 향후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신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 자신의 정치 경로와 정치인으로서의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야 내우외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 제3지대에 남을 것인지 ‘갈 길’을 명확히 밝혀야 하고 대선에 나오려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핵심 정책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최 감사원장에게 유력 대권주자 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분석했다.
김유승 기자 kys@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