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한 자가격리가 아닌 실질적인 능동감시였다.
▶ 출국지 3일내 음성판정자에게는 14일 자가격리 해제하는 ‘하와이주’ 정책 도입 필요.
▶ 경제 회복을 위해 방역이 우수한 일부 국가끼리의 ‘트래블 버블’ 도입 필요.
“이럭저럭하여 낮일랑 지내왔건만 올 이도 갈 이도 없는 밤으랑 또 어쩌란 말이냐”
나그네의 고독한 운명을 노래한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절이다. 하지만 자가격리 기간에는 밤 뿐아니라 낮에도 찾아오는 사람없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새털처럼 많은 날 중에 14일 기간이 뭐 그리 길까? 생각 드실지 모르지만 문밖 출입도 금지된 독방 감옥 생활 같은 14일은 14개월처럼 길기만 하다. 오죽했으면 임시 생활시설에서 격리 중이던 인도네시아에서 입국한 남성이 격리 해제 5시간 남겨두고 땅을 파고 달아났다가 잡혔을까? 그는 아마 극심한 스트레스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격리 해제 날짜를 잘못 계산했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가격리 가능 시설은 ▼ 국가 시설(호텔이나 각 지방자치단체 공공 숙소), ▼ 자택(거소증, 장기 비자 소유자), ▼ 3촌 이내 직계 가족 집, ▼ 격리자 혼자만 머물 수 있는 숙박 시설, 등이다.
나는 그나마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숙박시설(에어비엔비)에 투숙했다. 활동량이 줄어든 관계로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고, 운동하기 위해 열 걸음 거리의 좁은 방을 하루 수 백 걸음씩 걷기도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자가격리 시설에 들어 갈때까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발열 검사와 함께 질병관리청 국립검역소에서 발행하는 ‘검역 확인증’을 받을 때까지 몇 가지 서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질병관리본부장으로부터 ‘격리통지서’를 받으면 자신이 원하는 지방자치단체 안내 데스크로 인계된다. 한국 전화를 사용하고 앱을 깔려면 미국 현지에서 미리 유심칩을 구입하여 입국하는 것이 좋다. 요즘 여행사에서 유심침 써비스를 하고 있어 편리하다.
자가격리시설까지 이동 방법은 자차, 특별수송 택시·버스로만 가능하다. 여기서 자차란 픽업하는 보호자 차량도 포함되는데 이때 반드시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제적등본’ 같은 서류와 신분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별 수송 택시 요금은 30분 당 1만원이고, 만약 다음 날 숙소에서 검체를 위해 보건소로 이동할 시에도 그 택시를 콜 하여 사용 가능하다. 참고로 서울 지역 검역 콜택시 전화번호는 1644-2255이다.
자가격리 시설 입소 전이나 입소 후 3일 이내 관할 보건소에 가서 진단 검사를 실시하면 24시간 이내 검사결과를 알려준다. 자가격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당당 공무원이 법무부장관의 ‘활동범위 등 제한통지서’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격리 통지서’를 전달하면서 ‘격리자 생활수칙’을 안내한다.
안전보호 앱 구성은 ‘자가진단하기’, ‘자가진단 목록(체온 측정)’, ‘생활수칙안내’, ‘전담공무원 연락처’로 되어 있고, 하루 두 번 자가진단 기록을 보내줘야 한다. 또한 하루 한 번 구청에서 걸어오는 AI 로봇의 전화에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
자가격리 중 격리 장소를 무단이탈하게 되면 앱을 통해 담당 공무원이 알 수 있다. 만약 전화기를 숙소에 두고 나가면 3시간 정도 전화기의 움직임이 없어 알람이 울리고, 담당자가 확인한다. 담당 공무원은 가끔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하여 상황을 확인한다. 만약 무단이탈 등 격리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손목 안심밴드(팔찌)을 착용해야 하거나 무관용 원칙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강제 추방 당할 수 있다.
국가시설에 입소하면 비용(하루 10만원 정도)을 지불해야 하지만 기타 자택이나 숙박시설에 머무는 사람에겐 따로 정부에 지불하는 돈은 없지만 정부에서 제공하는 식품 등은 제공받지 못한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원룸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나에겐 체온계, 마스크, 세정제가 무료로 주어졌다.
자가격리는 만 14일째 다음날 정오에 격리소를 나오면 끝나지만 관할 보건소에 가서 다시 검체를 받아야 한다.
밤에 취침 중에도 전화기 움직임이 없으면 이런 통지가 온다.(사진은 다른 격리자가 SNS에 올린 것이다)
14일 자가격리 제도의 보완 및 개선점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처 능력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실제 체험해보니 정말 치밀하게 잘 하고 있다. 그 비결은 다른 어떤 나라와도 다른 빠른 진단검사와 정부 무료 치료, 그리고 감염자 추적 및 알림 시트템 같은 강력한 중앙집중식 통제를 들 수가 있다. 14일 자가격리 제도 또한 그 중에 하나이겠지만 개선점도 눈에 보였다.
▼ 편의점 등을 간다고 잠깐 나가는 경우나 외부 사람을 초대해도 아무도 모른다. 자가격리 의미는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거주 공간에 있는 것이지 않은 가.
▼ 하루 24시간 중, 두 번 자가진단 앱에 건강 상태를 입력하여 제출하고, 한 번 AI의 전화, 그리고 일주일 두 번 정도의 담당 공무원 방문 이외에는 실질적인 자가격리가 아닌 ‘능동감시’와 비슷하다.
▼ ‘코로나19’ 음성시 14일 자가격리 해제를 하고 있는 하와이주의 정책을 도입하자! 하와이는 도착 전 3일이내의 공인된 임상시험기관의 음성판정 서류를 제출하면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도산 직전에 있는 여행업계, 항공업계 등은 꾸준히 자가격리 면제자 확대 등을 요구해오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19’가 아닌 먹고사는 문제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 인천공항공사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내국인 52.8%, 외국인 72.2%가 상대국에서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면제해 주면 해외 여행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이 우수한 일부 국가끼리 해외여행에 나선 일반인에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트래블 버블’ 도입이 필요하다.
▼자가격리 대상자 중 음성 판정자에게는 평균 증상 발현일인 5~7일 정도만 자가격리 의무를 부과하든지,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2~3일에 한 번씩 가까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게 하거나 더욱 강화된 앱으로 그들을 능동감시해도 될 듯하다.
에필로그
“한 손 묶고 24시간 살아봐라, 이겨내라, 난 해봤다” 이 어록은 최근 알려진 1993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의 2류 근성 척결을 위해 사장단 회의에서 외친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넬슨 만델라 대통령도 기나긴 수감생활 동안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만의 정치 철학을 완성했다.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14일 동안 철저하게 나 만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내가 자가격리를 하면서까지 한국 방문을 결정하게 된 동기는 세계한인편집언론인협회 회의 참석이 첫 번째 목적이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자가격리’라는 제도는 어떻게 실시되고 있고, 또 제도의 보완점이나 개선점은 없는지를 직접 체험하여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였다.
오늘은 자가격리가 끝나 출소(?) 하는 날이다. 그동안 사식을 넣어주던 사랑하는 형님께서 두부를 들고 오신단다. 자가격리 14일 동안 안락한 가정의 소중함과 혈육의 사랑을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응원해 준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14일 동안 착용할 일이 없었던 허리벨트와 구두 착용 기분이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