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시대가 도래하면서 앞으로는 해외여행을 갈 때 일반 여권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도 챙겨 출입 증명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실전에 활용될 예정이다.
앱 형태의 백신 여권은 해당 앱을 이용하여 승객의 코로나 19 검사 결과는 물론 병원·의료 전문가들이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 같은 자료를 입력할 수 있다. 연결 앱을 통하여 보건당국이 어느 백신을 언제 맞았는지 접종 사실 및 음성 확인서를 인증함으로써 정부와 항공사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여 입국 권한을 갖게 되는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비영리단체 ‘코먼 트러스트 네트워크( Common Trust Network)’와 세계경제포럼(WEF)은 백신 여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앱 코먼패스(common pass)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록을 올려놓으면 이를 증빙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앱은 보건당국에 제시할 의료 증명서나 통행증을 QR코드로 발급한다. 여행 일정을 입력하면 출발 및 도착지에 따라 달리 요구되는 목록도 보여준다. 국경을 넘을 때 뿐 아니라 영화관 같은 사업장에서도 쓸 수 있다. 사업에는 캐세이퍼시픽,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버진애틀랜틱, 스위스항공, 제트블루 등 항공사와 의료법인 다수가 참여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7일까지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한 인구는 42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한 미국과 영국 국민이다. 미국에선 접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고 영국은 지난 24일까지 62만5000여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으며, 유럽에서도 27일 대규모 접종이 시작된 만큼 백신을 맞는 사람은 내년 상반기까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백신 접종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서구권과 부유국 등은 빠르게 ‘집단 면역’ 수준에 다가가고, 백신 여권을 발급받아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백신 확보량이 부족하거나 도입 시기가 늦은 나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활동의 제약을 받는 ‘백신으로 인한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호주의 경우 백신을 맞지 않은 여행객의 탑승을 금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한국에도 이르면 내년 2~3월 접종이 시작되는 백신 여권이 자칫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신 여권은 기술적 어려움은 없으나 도입되기까지는 많은 산이 남아 있다. 백신 여권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전파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입증해야 한다. 백신의 효능은 3상 시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으나 백신이 만든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무증상 감염도 막을 수 있다고 95% 가까운 효율을 보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에서 접종 중인 백신은 그 효율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도 백신이 무증상 감염을 일부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으나 시험 참가자 수가 적어 신뢰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감염 이후에 재감염에 면역을 갖는지 확실하지 않고 항체 검사를 완전히 믿기도 어렵다며 “감염을 확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식적으로 면역 여권 발급을 반대해 왔다. 반면 백신 증명서는 면역 여권과 다르다면서 “코로나19 대응에 기술 적용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적용 가능한 기술 중 하나는 ‘전자 백신 증명서’ 도입을 회원국과 함께 연구하는 것”이라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HIUSKOREA.COM 오마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