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on: Dec 14, 2019
“동포들의 한표행사를 위해 한인단체도 나서서 적극 홍보해야”…그 많은 한인회는 다 어디있나?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750만 재외국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인정을 받아 참정권을 행사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2010년 2월 4일,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에는 1997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동포사회의 헌법 소원 제기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LA 한인회(남문기 회장)와 미주한인회총연합회를 중심으로한 미주동포 지도자들의 힘겨운 노력이 있었다. 2012년, 역사적인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참정하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은 남문기 씨의 저서 ‘해외한인 참정권과 복수국적’에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획득한 참정권이지만 재외 유권자의 투표율은 한국에 비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 유권자 220만 가운데 불과 10% 정도인 22만 명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곳 워싱턴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워싱턴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는 6만여 명의 재외국민 유권자가 거주하지만 실제 투표 참여는 올해에도 5천여 명이 채 안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재외유권자들의 참여율이 왜 이렇게 저조할까?, 과연 투표율 저조가 재외동포들만의 탓일까?
현행 선거법대로라면 재외국민은 자신이 거주하는 관할 공관에 직접 찾아가 선거해야 한다. 미국의 땅 크기는 대한민국의 100배에 달한다. 이 넓은 곳에 10개 총영사관에만 투표소를 설치하게 되어 있어서, 공관에서 수 백 마일 떨어져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투표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민생활에 바쁜데 누가 하루 생업을 포기하고 내 돈 들여 투표하러 가겠는가. 공관투표만 허용한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재외동포들에게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정책이다. 투표소를 대폭 확대하고 우편 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한국정부의 홍보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유권자 등록이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되었는데도 아직 재외선거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비례대표를 찍어야 하는 현행 선거법상의 한계 때문에 총선 재외투표는 어차피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진달 워싱턴 재외선거관에 따르면 “평상시의 정당 활동은 괜찮지만 단체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반대하는 내용이 게재된 인쇄물을 배부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마치 깜깜이 선거를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억지 춘향식 헌법 개정에 의한 정부의 선심 행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에서 보여주고 있는 재외동포를 위한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실행만 봐도 금방 알 수가 있다. 우리 재외동포들은 대한민국의 적자가 아닌 서자(庶子)인 것이다.
“하지만 불만들을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투표에 어려움도 많은 재외선거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참정권이다. 반드시 한 표 행사를 하여 우리의 권익을 찾자. 민주주의는 투표를 해야만 권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은가. 그 많던 한인회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한인회에서도 나서서 투표 독려를 해야 할 것이다. 재외선거관과 총영사관을 함께 동원하여 대형마켓이든 대형교회이든 동포들을 직접 찾아가서 순회접수를 받는 등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을 늘리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유권자 등록이 시작됐다. 헌정 사상 5번째이다. 비례대표 선거는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는 재외선거인, 지역구는 주민등록이 돼 있는 국외부재자가 참여할 수 있지만 사전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영구명부제 도입으로 지난 2017년 실시된 19대 대선에 등록한 재외선거인은 이번 총선에서 다시 등록하지 않아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마감은 내년 2월 15일까지다. 준비서류는 여권,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등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명서가 필요하며 재외선거인은 국적확인서류(비자, 영주권 등) 원본을 제시해야한다. 이제는 투표를 하기위해 총영사관에 두번 걸음 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재외선거 웹사이트(ova.nec.go.kr 또는 ok.nec.go.kr)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여권번호와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될 뿐 별도의 서류가 필요 없이 간단하다. 기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워싱턴 지역에서는 주미대사관 선거관실(202-587-6167)로 문의 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HiusKorea.com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