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란코프 서울 국민대교수 기고문, 모스크바 프레서 김원일 대표 제공기사
<<너무나 귀중한 동생-남북통일은 가능한가?>>
최근 수 개월간 한반도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비핵화 관련 회담이 활기를 띠고 남북 정상회담이 3차례 있었고 최근 판문점에서 트럼프 미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회동이 있었던 것 등, 이 모든 것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부 언론은 남북이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암시하는가 하면 한국인들이 통일까지는 아니라도 핵문제라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 모든 변화를 기쁨으로 환영하고 있다고 전한다.그러나 현재 통일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는 바가 없으며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고, 한국 내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이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
최근 수십여 년 간 한국 국민들은 북한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모든 세계가 기억하고 언급할 때만, 즉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이 있을 때만 북한의 존재를 떠올렸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북한은 한국의 일반 시민들이나 대부분의 정치가들에게 있어 먼 기억의 언저리에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이라는 생각은 한국의 이데올로기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북한과 한국은 서로서로를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미 70년간이나 1945-1950년간에 일어난 분단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그 결과를 고쳐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이에 대해서 듣고 자라며 정치적인 문제에서 좀처럼 일치하는 법이 없는 좌파와 우파가 모두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통일에 대해 그다지 열성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가들이 무슨 말을 하던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층에서는 북한은 그냥 전혀 모르는 낯선 나라이며, 매우 가난한 나라에 불과하다.
양국 정부의 공식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북한의 GNP는 약25배 차이가 난다. 북한의GNP는 1200달러로 방글라데시 수준이고 한국은 3만 달러로 프랑스 수준이다.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의 납세자들은 천문학적 액수를(최대 7조 달러, 한국 한해 GDP의 5배)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30세 이하 연령층의 한국 국민이 현 상태에서 통일을 반대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니다.
<좌파와 우파의 관점>
한국 사회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볼 때 진보주의자들(좌파 민족주의자들, 현재 정부)과 보수주의자들(우파) 두 파로 나뉘어 있으며,이들은 각기 북한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진보주의자들인 현 문재인 정부는 주로 과거 1980년대에 학생운동을 하던 인물들과 인권운동가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이들은 과거 학생운동을 하던 일부 운동권들이 생각하던 것처럼 북한을 추종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좌파 내의 민족주의적 성격은 우파보다 더 강하고 북한에 대해 민족적 동일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좌파들은 시간을 두고 남북 통일의 단계적 과정을 시작해야 하며, 첫 단계는 남북 연방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재 한국 내에 존재하는 모든 “통일에 대한”논의들과 마찬가지로 의례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는 진보주의자들의 주요 목표는 장기적인 남북의 공존이다. 또한 진보주의 진영은 북한에 대량의 경제원조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서 사실상 북한 측에 어느 정도 만족을 주고 있다. 이런 원조를 진보주의자들은 북한이 조용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대한 보상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피를 나눈 동포에 대한 의무의 이행으로 보고 있다.
이런 진보진영의 반대편 보수주의자들은 한 때 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을 번영하는 현대 국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군사정권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그들은 군부 독재 시절에 일어난 경제적인 기적을 강조한다.과거에 우파들은 북한을 “공산당 폭도”들이 불법 점령해서 수복해야할 영토로 간주했지만 현재는 아주 소수만이 그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미래에 언젠가는 남북이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주의 원칙에 기초하여 통일될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이것도 좌파들이 연방제를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수사적인 개념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는 우파들은 북한과 전혀 관계를 맺지 않고 어떤 경제 원조도 하지 않으며, 국방력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철저히 강화하여 국가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희망과 우려가 같이 엇갈린다>
2017년 초 대선에서 당선된 진보주의자들의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2017년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다수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보았던 상황이 반복되기를 원치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북미를 화해시킬 수 없다면 적어도 대화 과정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협상 결과로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지는 불분명하다.이성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를 믿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양측이 대화할 예정이고 서로 총부리를 거누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대화가 계속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끊임없이“한반도에 냉전이 끝났다”, “협력의 시대가 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수사는 현실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당국자들과 외교관들은 업무상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공연한 것은 아니다. 이런 말들을 통해 북미가 격한 대치 상태로 돌아갈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보수진영에게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주한미군철수를 가져오며 한미동맹을 파괴시킬 수 있는 협약을 체결할까봐 두려워한다. 우파들은 전통적으로 절대적인 친미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미대통령에 대해서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동맹에 비용이 많이들고 특별히 필요한 것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최근 수개월간의 사건들이 그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주지 못했다. 계속되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모든 시도가 보수 진영에서 보면,좋은 말로 하면 자원과 노력의 낭비이고, 나쁜 말로 하면 일부러 위험한 길을 골라 접어든 격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 진영의 지지도는 진보 진영의 지지도에 맞먹는다. 이로 인해 매우 독특한 분위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만족하는 측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