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 주 말씀) Aug 3, 2019
지난 날 목회 경험을 통해 깨달은 교훈 가운데 한 가지는 교회에서 직분자들을 세우는 것은 마치 양날의 칼과 같다는 사실입니다. 교회에서 직분자들을 세우는 목적은 하나님의 교회를 든든히 세워 하나님의 일을 효율적으로 감당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도리어 직분자들, 특히 중직자(重職者)들로 인해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고 교세가 약해지는 안타까운 예를 많이 목도하게 됩니다. 경험에 의하면,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대부분 중직자들입니다. 장로교회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당회(堂會)의 구성원인 목사들과 장로들이 문제의 핵심에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장로는 교인들의 대표로서 목회자와 함께 교회를 세워나가는 중요한 직분이기 때문에 교인 수에 비례하여 할당된 수효가 정해져 있습니다. 당연직으로 당회의 의장(moderator)이 되는 담임목사와 당회원 자격을 가진 시무장로들은 서로 협력해서 함께 교회를 돌보며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직분자들입니다.
작년 10월에 소천한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목사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요 영향력 있는 목회자로서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불릴 만큼 훌륭한 복음주의 목회자인 진 케츠(Jene Getz) 목사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직분론』(Elders and Leaders)에서 ‘복수 리더십’(leadership of plurality)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십수년간 Moody Bible College와 Dallas Theological Seminary의 교수를 역임하면서 성경적 교회론과 교회개척 그리고 리더십에 관한 탁월한 식견으로 50여 권의 책을 저술한 복음주의 기독교 교육학자이면서 동시에 텍사스 달라스에서 Fellowship Bible Church를 개척하여 담임하면서 10여 개의 형제교회를 분립•개척한 능력있는 목회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 교회를 담임하면서 늘 장로들과 한 팀을 이루어 모든 주제를 함께 연구하고, 그 연구한 결과를 실제로 목회에 적용하는 팀사역(team ministry)을 했습니다. 그는 신약성경을 연구하는 중에 어느 교회도 한 사람이 직분자로 임명된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복수 리더십’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책의 서두에서 그가 장로들과 팀사역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편대비행: 공동체 프로젝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가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으로 기러기떼의 편대비행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러기들이 ‘V’자 형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팀웍(teamwork)과 리더십에 관해 여러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그가 정리한 교훈들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러기들은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뒤따르는 기러기에게 상승기류를 형성해주며, ‘V’자 형으로 날면 혼자 날 때보다 71%나 더 멀리 날 수 있다.
• 만일 어떤 기러기가 무리에서 이탈할 경우 혼자 날 때 생기는 항력(抗力)과 공기저항을 금방 감지하게 된다. 그래서 그 기러기는 앞에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가 발생하는 상승기류의 이점(利點)을 얻기 위해 재빨리 편대 안으로 들어간다.
• 선두에서 날던 기러기가 지칠 때마다 그 기러기는 편대 뒤로 옮겨가서 앞의 기러기들이 발생하는 상승기류의 도움을 받는다.
• 편대비행을 하는 기러기들은 앞에서 날고 있는 기러기들이 자기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끼욱끼욱’ 소리를 낸다.
• 어떤 기러기가 아프거나 부상을 당했거나 총에 맞았을 경우 그 기러기를 돕고 보호하기 위해 기러기 두 마리가 편대에서 이탈해 그 기러기를 따라간다. 그들은 그 기러기가 죽거나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머무르며 곁에 있어준다. 그런 후 그들은 다른 편대에 들어가거나 앞서 간 무리에 다시 합류한다.
진 게츠 목사는 이러한 기러기떼의 비행편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이 실제로 자기 목회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 내게는 지난 몇 년 동안 동료 장로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함께 섬길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상승작용’을 경험했다.
• 우리 모두는 편대에서 이탈했을 때 생기는 ‘항력’을 느꼈으며, 다시 팀에 합류할 때 공동체적 노력으로 신선한 상승력을 경험하게 되었다.
• 우리는 공동사역을 수행할 때 핵심 리더인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때가 있었다. 특히 ‘저항의 바람’이 매우 강해서 탈진했을 때 다른 사람이 잠시 리더 역할을 대신해줌으로써 회복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 나와 동역한 리더들은 나를 격려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피차 격려하면서 긍정적인 피드백(feedback)을 제공하며 서로 섬김으로써 힘든 사역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었다.
• 동역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서로 짐을 나눌 수 있는 리더를 얻는 것인데, 비단 교회 사역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어려움에 직면할 때는 이것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기러기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본능에 의해 움직일 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우리 인간은 이러한 교훈들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러기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상호상승효과’ 즉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는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늘 경험하는 현상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한 사람이 도저히 옮길 수 없는 무거운 돌을 두 사람이 합력하면 옮길 수 있습니다. 일의 양(vector)을 백분율로 따지자면 전자는 제로 %인데 반해 후자는 100%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 즉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힘은 많이 합해질수록 더 좋습니다. 그래서 한자 ‘협’(協)은 한 글자 안에 가장 많은 사람을 표현하는 상형문자(象形文字)로 만들어졌습니다. 즉 한 글자 안에 30(10×3)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물론이요 모든 교인들이 힘을 합할 때 하나님은 기뻐하시며 그런 교회들이 성장하고 부흥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서로’와 ‘피차’라는 단어를 거듭거듭 반복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를 섬김에 있어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전도서 4:9-11)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禍)가 있으리라.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