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열기가 지구촌을 달구었던 4년 전 이맘때이다. 각종 여론조사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언론들조차 거의 다 힐러리가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 언론들은 CNN 같은 진보적인 매체에서 뿜어내는 트럼프의 가십거리 기사만 한국민들에 전파하여 한국 정가나 국민들이 트럼프가 세계의 대통령이 되기에는 함량 미달자로 당연히 낙선할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민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나는 그 당시 이곳 워싱턴 특파원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당당히 1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신들이 그런 식으로 보도하여 한국 정치인들이 모두 클린턴 쪽만 바라보고 있는데,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트럼프 라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걱정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4년이 흐른 지금 민주당 후보만 다를 뿐 그때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언론의 보도 형태도 비슷하다. 트럼프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종 차별 발언을 하고 있고, 여성이나, 기자들 심지어는 상대 후보자인 바이든에게도 막말을 퍼붓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에 대처하는 방식도 국민의 눈 높이에 전혀 맞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다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 또한 두껑을 열어봐야 알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트럼프에게는 40% 정도의 변함없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고, 또 여론조사에서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 있지만 막상 투표에서는 진심을 드러낼 ‘샤이 트럼프’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백악관 수성이냐? 아니면 바이든의 탈환이냐?
누가 당선되든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는 누가 더 나와 조국 대한민국에 이익을 안겨 줄 것인지에 따져 한 표 행사만 하면 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소중한 한 표`라는 단어다. 소수민족인 나의 한 표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인지라고 쉽게 생각할지 몰라도, 그 한 표가 미국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의 각종 정책을 바꿀 수도 있어서 한 표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면 10만 달러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소중한 한 표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VOTED”스티커를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고 투표소를 나오는 한인들의 모습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