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우단체, 의사당 공격·미시건주지사 납치 시도
…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발 데자뷰, 미국사회 시한폭탄이 된 ‘민병대’
… 대선 위기감 고조, 트럼프 불복시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질 가능성 높아
10월 8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레천 휘트머 미시건 주지사 납치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6명의 남성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미시간주 검찰도 주의회 의사당을 공격해 ‘내전’을 모의한 또 다른 7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FBI 발표에 따르면, 이들 13명은 11월 3일 대선 전 200명을 모아 랜싱에 소재한 주정부 청사를 습격하고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한 뒤, 위스콘신주의 은거지로 옮겨 반역죄로 재판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8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휘트머 주지사의 별장을 몰래 염탐했고 사격 연습과 군사 훈련을 하고 건물 폭파 연습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FBI는 잠복 요원과 비밀 정보원들을 통해 이들 일당의 암호화 메시지를 입수하여 납치 음모를 사전에 인지했고, 이번 납치 음모에 동참한 이들 중 1명이 지난주 테이저총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체포되면서 본격적인 소탕 작전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뉴욕 타임즈 등이 전했다.
민주당 소속인 휘트머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주 가운데 가장 먼저 마스크 의무화를 비롯하여 자택격리와 영업제한 같은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고, 한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29일 1차 대선후보 TV 토론 때 극우단체를 비난하지 않고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말한 걸 비판하면서다. 휘트머는 “두 미시간 무장단체 같은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증오단체는 대통령의 이 말을 비난이 아니라 선동 구호로 듣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마치 티모시 멕베이 일당에 의해 저질러진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파 사건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티모시 멕베이는 1995년 4월 19일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파의 주범이다.
미시간주는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사건의 범인들이 한때 활동한 미시간 민병대를 포함해 전통적으로 반정부 무장단체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티모시 멕베이가 소속했던 미시간 민병대는 1994년 침례교회 목사인 노먼 올슨이 조직했고 대원들은 자영업자·기업체 간부·간호원 등 매우 다양하며 1만여 명이 속해 있다.
연방 정부에 대항해 총을 들고 맞서기 위해 조직된 민병대는 애리조나, 미시건, 택사스 등 47개주에 걸쳐 1천여 개의 단체에서 수 만명의 대원들이 활동 중인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에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휘트머 주지사의 행정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주의회 의사당에 모였는데 이들 중 일부는 반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 미시간 주는 총기 휴대를 허용하고 있어 집회에는 총을 든 이들 단체들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좌우갈등과 인종차별을 대변되는 이번 사건이 터지자 당장 25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화기로 무장한 이런 민병대들은 언제 폭발할 지 모를 시한폭탄이고, 또 선거를 전후하여 이와 같은 폭력적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안보부는 “반정부 단체와 극단주의자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셧다운에 대한 보복을 시도할 수 있다”며 “투표소나 유권자 등록행사가 잠재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선거결과 바이든 측이 승리한다면 지속적으로 우편투표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대선불복을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로 인해 선거결과 확정이 지연되고 미국 사회가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질 가능성도 높다.
심지어 이웃나라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한 회견에서 미국 대선 결과가 불분명해져 혼란이 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