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학벌 문제 특히 대통령의 학벌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워싱턴에서는 이렇게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린단다. “배우 출신으로 일리노이 주 유레카 칼리지를 나온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40여년 만에 아이비리그 학부나 대학원 졸업장을 가지지 못한 첫 번째 대통령”이라고.
이번 선거기간동안 바이든 후보가 HBCU를 나왔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히스토리칼 블랙 컬리지스 엔 유니버시티즈의 준말. 바이든의 그들의 지지가 정계 진출의 바탕이 됐다는 말을 트럼프기 ‘그 학교 나왔지?’ 라고 해서 촉발된 논쟁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나온 대학은 hbcu인 델라웨어 스테이트 대학이 아닌 ‘유니버시티 오브 델라웨어,’ 즉 델라웨어대. 그 후 시라큐스대 로스쿨을 나왔다. 둘 다 좋은 대학 이지만 ‘톱 클래스’는 아니다.
그렇다고 바이든 당선인에게 ‘학벌 콤플렉스’가 있다거나, 자신이 나온 대학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모교 졸업 기념연사로 네 차례나 등장했고, 대학 스포츠경기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열성 동문’. 델라웨어대도 바이든 방문 때면 한국식으로 치자면 ‘우리 학교 경사 났네’라는 축하 배너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본인은 아이비리그 졸업장을 가지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의식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누가 그문제로 업신여기기라도 하면 상처도 받고… 워싱턴은 그런 동네이기 때문. 똑똑한 수재들이 대개 의사나 판사, 대기업 직장인으로 방향을 잡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변호사 자격을 따서 워싱턴으로 진출한다. 곧바로 보좌관 인턴등으로 정계에 투신하던지, 아니면 싱크탱크에서 정책 연구를 하면서 거대한 엘리트 공동체 사회를 형성한다.
트럼프를 포함해 1990년대 이후의 미국 대통령 5명은 모두 동부지역 8개 명문대인 ‘아이비리그’ 학위가 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을 보면 명문대 졸업장이 필수품은 아니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대통령도 12명이 있다.
미국 노예 해방의 아버지이자 2014년 미국정치학회가 뽑은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16대)은 대학을 다닌 적이 없다. 링컨은 27세였던 1836년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제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하고 6·25전쟁 참전을 결정한 해리 트루먼(33대)은 전문대를 중퇴했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도 대학 졸업장이 없다.
트루먼을 마지막으로 고졸 대통령의 명맥은 끊겼지만 비(非)명문대 출신 대통령은 계속 등장했다. 린든 존슨(36대)은 텍사스주립대의 전신인 남서텍사스교육대를 졸업했다. 닉슨은 듀크대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 캘리포니아 주의 휘티어대를 나왔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40대)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일리노이 주의 유리카대 출신이다.
한 언론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내정된 바이든 내각의 92%는 아이비리그 졸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학력이나 경력보다는 자신의 대한 충성심을 최우선으로 치며 요직에 앉혔던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화려함 그 자체다. 자신의 지적 능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하버드급 브레인들을 잘 활용하는 것, 이를 워싱턴에서는 ‘바이든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바이든 인재 경영론의 포인트는 ‘오래 두고 본다’는 것. 그는 인재들을 젊은 나이에 영입해 키우는데 매우 열성적인 스타일이다. 일명 ‘그루밍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초대 내각이 버락 오바마 시대 요직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얘기가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바이든이 키운 인재들이 당시 정치 경험이 부족했던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많이 중용됐었다는 해석’이다.
우리 한국계 인재들의 발탁 소식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