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제사가 끝나면 맛있게 먹었던 것 중에 약과가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약과가 눈에 띄면 집어먹곤 합니다. 하지만, 예전 그 맛은 아니더군요. 참 맛있게 먹었는데 말이지요. 우리말 중에 “그건 약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원이 분명하진 않지만, 먼 옛날, 권력자들에게 보내진 진상품이나 뇌물 중에 약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산삼, 녹용, 여우 가죽, 자기 등 귀한 물건들이 받쳐졌고 또 음식 중엔 약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단 과자가 없던 그 옛날 엿이나 기름을 밀가루에 버무린 약과는 제법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삼 녹용 등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건 약과”라고 하면 별 볼 일 없는 물건이란 뜻이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껌값” 또는 “떡값”이라고 한다지요. 큰 액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고상한 말로 “조족지혈”이라고도 하지요. 새 발의 피라는 말. 여하튼, 대단한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난리입니다. 식당은 문을 닫고, 주민 이동은 제한되고, 화장지는 사재기가 한창입니다. 연일 대통령, 주지사가 나와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전쟁이 나도 이 정도로 시끄럽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진 약과입니다.
우린 코로나바이러스를 너무 쉽게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또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약간 심한 독감처럼 보고 있습니다. 걸릴 사람 다 걸리고, 죽을 사람 다 죽으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좋게 생각하고, 나아지리라 생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엔 좋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아울러서 두려움을 모릅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상대를 적으로 두는 것 만큼 무서운 일은 없습니다.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 싸운다는 것을 뜻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국경도 모르고, 성별도 가리지 않으며, 신분도 따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극성이던 그런 신천지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린, 새로운 경제, 새로운 정치, 새로운 질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인간관계도 우리가 알던 그런 인간관계가 아닌 것입니다. 앞으로 우린 많은 죽음과 맞닥뜨릴 것입니다. 우리와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의 죽음에서, 우리 주변의, 또 우리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시국에, 이런 글을 써서 공포심을 조장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준비된 사람에겐, 크게 놀랄 일도 큰 두려움도 없는 것입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겪게 되는 큰 변화는 적응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준비된 사람에겐 그나마 적응이 가능한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촉발된 우리 삶의 변화는, 그 변화가 워낙 크고, 강렬하기 때문에 어쩌면 준비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마음의 준비를 통해, 이젠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제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류는 끝없이 미래를 향해 전진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는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그런 미래가 될 것입니다. 큰 변화의 물결을 우린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제까진 약과였습니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