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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원로목사 신앙칼럼] 회복탄력성(resilience)…”시련과 역경을 딛고 다시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

‘회복탄력성’은 영어 “resilience”를 번역한 용어입니다. 이 용어는 심리학, 상담학, 정신의학, 교육학, 언론학, 사회학, 경제학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이전에는 극복력, 탄성, 탄력성, 회복력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다가 2011년에 연세대 김주환 교수의 저서인 『회복탄력성』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 이 말이 학술적인 용어로 정착되다시피 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반동력을 일컫는 말로서 심리학이나 상담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즉 비록 실패하더라도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가진 자들을 가리켜 오뚝이라고 말합니다. 오뚝이는 그 안에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추가 있어서 비틀거리다가도 다시 바로 일어섭니다. 우리가 흔히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말을 하는데,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잠언 24:16)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

성경 인물 중에서 회복탄력성이 강한 자를 꼽으라면 단연 사도 바울을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한 마디로 의지(意志)의 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팀 라헤이 목사는 『성령과 기질』이라는 책에서 히포크라테스의 4가지 기질을 원용(援用)해서 성경 속의 인물들을 기질별로 분석했는데, 그는 사도 바울을 담즙질의 전형적인 인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담즙질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의지와 집념이 강하고, 목표 지향적이고 성취 지향적이며, 과감히 모험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담(膽)은 ‘쓸개 담’으로 담력을 의미합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것이 담즙질 기질을 가진 자들의 신조입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좌우명이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것이 그들의 삶의 모토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기어이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립니다. 바울 사도의 이러한 기질은 다음 구절에 가장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4:7-9)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고,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어떤 영어역본을 보면,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한다”라는 구절을 “knock down되지만 knock out되지는 않는다”라고 재미있게 번역해놓았습니다. 권투 시합에서 선수가 링 바닥에 쓰러지면 심판이 열까지 카운트를 하게 되고, 그때까지 못 일어나면 KO패를 선언합니다. 그런데 바울은 비록 시련과 역경으로 인해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그대로 주저앉아 KO패를 당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록 질그릇처럼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인간이지만 그 안에 보배로운 복음이 담겨져 있고, 그 복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능력이 역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복음은 곧 영원한 생명입니다. 이제 봄을 맞아 겨우내 죽은 것 같았던 산천초목이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고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자연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력을 맘껏 뽐내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고린도후서 11장에 기록되어있는 그의 ‘고난의 목록’을 보면 정말 기가 질릴 정도입니다. 어떻게 그토록 어려운 고난들을 극복해낼 수 있었을까… 그것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유대인들에게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무려 다섯 번이나 맞고, 태장(笞杖)을 세 번이나 맞았습니다. 돌에 맞아 죽음의 고비를 당한 일도 있습니다. 바다 한 가운데서 세 번이나 파선의 경험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형언하기 어려울 정로도 숱한 심신의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것들을 자랑하는 대신 굳이 자랑하라면 자신의 약함을 자랑하겠노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비록 자신은 질그릇처럼 연약하지만 “내게 능력주시는 하나님”(빌립보서 4:12)의 도우심으로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편 37:23-24)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 길을 기뻐하시나니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회복탄력성은 시련과 역경을 딛고 다시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筋力)입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 원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올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이 튀어 오릅니다. 회복탄력성은 몸의 근육과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꾸준히 단련하면 더욱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대략 인구의 3분의 1정도가 선천적으로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된다면 누구든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버지니아대학교의 임상심리학자이며 교육학 교수인 멕 제이(Meg Jay) 박사는 『Supernormal』(슈퍼노멀)이라는 책에서 평범한 자들이 특히 어린 시절의 역경을 헤치고 회복탄력성을 길러 인생에 성공한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역경을 회복탄력성을 함양하는 토양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길은 긍정적인 자세와 감사의 습관을 통해 믿음의 용 양을 늘여가는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본의 아니게 주저앉게 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절기를 맞아 믿음으로 회복탄력성을 길러 다시금 힘차게 일어나서 이전보다 더 높이 비상하는 ‘슈퍼노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