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폭동이 일어난 지 꼭 28주년이 되는 날인 4월 29일, LA폭동과 볼티모어 폭동의 악몽을 겪은 우리 한인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경찰관이 14세 흑인 소년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마구 때리는 영상이 CNN,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매체와 외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15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은 소년의 친누나가 전날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여기에는 경찰이 앳된 흑인 소년을 땅바닥에 눕힌 뒤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과 체중을 실어 소년의 목과 머리를 짓누르는 과격행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피해 소년의 누나는 “제 동생은 심장 질환이 있는 14살 소년”이라며 “동생은 아직 어리고 결코 법에 저촉될 만한 일을 저지른 적이 없다. 그저 매우 무서워했다”고 썼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를 본 사람들의 분노가 거세지자 영상 속 경찰관이 소속된 캘리포니아주 랜초 코도바 경찰서는 성명을 내고 수습에 들어갔지만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1992년 4월29일 과속운전하던 흑인 소년 로드니 킹을 집단 폭행한 백인 경찰관들이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난 것을 계기로 촉발된 인종폭동이 LA폭동이다. 폭동 당시 당시 미국 경찰이나 군대가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으나 백인 거주지 위주로 보호하고 있어 한인타운 피해는 방관만 했다고 전해진다. 사망자 53명, 부상자 4천명이라는 인명피해와 전체 7억 5천만여 달러에 달하는 재산피해 중 약 40% 정도가 한인업소들의 피해인 것으로 발표됐다.
이 폭동은 인종차별에 대한 미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 대표적 폭동으로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2015년 4월 25일 볼티모어 폭동은 25세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발생했다. 인종차별과 무자비한 공권력에 반발하는 시위는 방화와 약탈, 폭력이 이어지면서 볼티모어시는 전쟁터 같은 아수라장이 펼쳐졌고, 대규모 군 병력이 배치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말았다.
이 폭동또한 피해는 애꿎은 한인 사회에 돌아갔고, 5년이 지난 아직도 피해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소송 중에 있다.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흑인층이 상대적으로 감염과 사망 비율이 높다고 발표되고 있는 요즘, 우리 한인들에게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인종 증오범죄와 그로 인한 폭동이다. 흑인 고객을 상대로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한인들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폭동으로 상상되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그야말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모쪼록 이번 사건이 일어난 랜초 코도바 경찰국에서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사건을 잘 수습시켜주길 바랄 뿐이다.
Published on: May 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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