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관(consulate-general)은 주재국에서 자국민을 위한 사증 발행, 증명서 발행, 자국민 보호, 타국의 정보 수집, 그 나라와의 친선 관계, 국제 회의와 교섭의 준비 등을 맡아서 하는 국가 기관으로 대사관과 달리 주재국의 국가승인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워싱턴 총영사관은 미국 주재 9개 총영사관 중에 하나로 관할 구역은 워싱턴 DC,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웨스트 버지니아주이다.
전 세계를 고통 속에 빠트리고 있는 요즘은 어느 국가기관이나 할 것이 없이 당면 과제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다.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치기 시작할 무렵인 3월 23일, 워싱턴 총영사관에는 권세중 신임 총영사가 조금은 급하게 부임했다. 워싱턴 지역 동포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전임 총영사가 뜻하지 않은 가정사로 조기 귀국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권 총영사 또한 곧바로 정상적인 공무를 볼 수가 없었다. 14일 자가격리 기간 때문이다.
시애틀 총영사관이 ‘코로나19’ 의심환자 발생으로 발칵 뒤집어졌던 지난 4일, 워싱턴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워싱턴 총영사관의 현황과 신임 총영사의 근항은 어떠한 지, 그리고 동포사회를 위한 ‘코로나19’ 대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이다.
갈 때마다 반가운 태극기와 무표정하게 서 있는 서재필 박사 동상. 영사 업무를 보러 온 동포들이 출입 인원 제한으로 문밖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워싱턴 총영사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거의 3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낮 익은 책상, 낡아서 삐거덕 거리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코로나19’로 비상사태인 요즘은 전 직원이 거의 밤늦게 퇴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밤낯이 다른 한국과의 시차를 생각할 때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낯에는 주로 동포사회 리스크 관리와 연방 업무를, 오후 늦게부터는 한국으로의 여행객들이 ’14일 자가격리 의무 정책’에서 예외 조항에 해당되는지 본부와 확인하는 업무가 계속 밀리고 있다고 한다. 현재 외교나 중요 학술 등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심사에 의해 자가격리 조항에서 제외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동포들의 장례식 참석을 심사할 때이다고 귀띔했다.
권 총영사는 “한인 확진자를 계속 파악하고 있고 감염자 발견 시에는 병원 접촉 등 총영사관 차원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면서 “동포들의 안전과 권익 보호 차원에서 경찰국과도 활발하게 교류 중이다”고 답했다.
정부 예산 50만 달러가 지원되어 있는 ‘한인커무니티센터’ 관리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정부 예산이 들어가 있지만 워싱턴 동포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센터이니 공관 차원에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커뮤니티센터가 틀이 잘 짜여 질 수 있도록 ‘워싱턴 한국문화원’과의 브리지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새로 구성될 KCC 이사회에 공관 대표 이사 1명도 곧 위임한다고 한다.
현재 정신없이 난립되어 있는 한인회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숙제에 대해서는 “부임해 오기 전에 전임들을 통하여 이미 예습을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처럼 자연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듯이 한인회 현 상황 또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하면서 “어떤 비젼으로 한인회를 운영하고 있는지?”, “차세대들에 어떤 것을 물려주려 하는지?”를 한 분씩 미팅을 통해 소통해보려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데로 타운홀 미팅을 연석으로 가지면서 동포사회와 소통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어려운 시기에 ‘사랑나눔’으로 서로 도우면서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있는 활기찬 워싱턴 동포사회를 보고 있다”고 덕담을 건넨 권 총영사는 “민원실 내부 수리를 통하여 동포들에게 편리하고, 보다 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창구 직원들에게 공무원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찾아가는 민원 써비스인 ‘순회 영사업무’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즉시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동포사회의 대구·경북 지원에 다시한번 감사의 뜻을 표한 권 총영사는 “동포 여러분들께서 코로나19를 건강하게 함께 잘 이겨내시길 당부합니다”라고 부임 인사말을 전했다.
3월 23일 부임한 권세중 (54) 총영사는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춘천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프랑스파리정치대학원 고위과정을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원에서 법학석사, 경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무고시(28회)에 합격해 1994년 공직에 첫발을 디딘 후 외무부환경기구과, 북미3과, 주시카고총영사관 영사,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주중대사관 1등 서기관, 외교부정책분석담당관, 국무총리실 외교의전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올해 초에는 북한의 에너지산업에 대해 논한 `북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협력과 도전’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슬하에 1녀 2남을 두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직 거처를 구하지 못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Published on: May 5,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