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인 노인이 LA 근교 인랜드 지역 리알토에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흑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미주동포사회가 분노와 불안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미주한인회장협회(미한협)와 미주 한인 유권자연대’(KAGC)에서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코로나19’사태로 아시안에 대한 인종 증오 법죄가 속출하자 지난 3월 4일 백악관에 소수민족을 보호하여 줄 것을 정식 요청하기도 했던 미한협(총회장 남문기)는 이번 사건으로 한흑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차원에서 중·장기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우선 인랜드 한인회(회장 박학수)의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고, 미한협 이름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동포들이 불이익이나 불상사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협조 요청 공문을 각계에 보내기로 했다. 또 각 지역 한인회에서는 연방 의원들과 주지사에게 이번 사건의 내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요구가 담긴 공문을 발송하고, 한인회장들이 직접 면담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각 주지사와 의원들의 연락처를 소상히 알렸다.
KAGC(회장 김동석)는 이 사건에 관한 민원을 즉시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노마 토레스 연방 하원의원실에 접수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가해자에게 처벌을 가하고, 모든 시민이 인종과 출신에 상관없이 인종주의, 적의, 차별에 기인한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석 회장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미주동포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사건에 대한 조속한 수사와 범인에 대한 적절한 처벌. ▼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 ▼ 물리적인 공격 등 모든 인종주의에 기반한 행위로부터 우리 커뮤니티 보호. 등 이 세가지 조치를 토레스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909) 481-6474 이나, 워싱턴DC의 의원실 전화 (202) 225-6161을 통해 요청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과 대책을 접하면서 느낀 바는 흑백 갈등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있는 우리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우리에게 행해진 인종 증오 범죄가 분명한데도 사건에 대처하는 미주동포사회는 자칫 ‘흑인 대 한인’의 대결 구도로 또 다른 인종 갈등을 초래할 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흑인의 폭행으로 얼굴에 피멍이 든 할아버지의 사진과 함께 사건을 SNS 상에 올렸던 피해 할아버지의 손녀는 “코로나19에 따른 아시안 상대 인종주의에 기반한 공격이다”고 하면서도, “이번 일로 한인과 흑인 간의 대결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이 우리의 형편을 대표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건국 초기부터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는 누구도 단 기간 해결할 수가 없다. 우리 스스로 보호하고 권익을 찾기 위해서는 250만 미주동포가 하나가 되어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단하다. 신분 문제에 관계없는 인구센서스에 적극 참여하고, 시민권자들은 미 정치에 적극 참여하면 된다.
주 방위군이 투입되어 한인상권을 보호 해 준 이번 시위 사태와 28년 전 LA 폭동 사태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의 정치력도 그렇게 조금씩 신장되고 있는 것이다.
HIUSKOREA.COM 강남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