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동포사회에 심각한 계(契)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깨졌다”라고 불리우는 계 피해는 주로 계주(오야)의 줄행랑으로 많이 일어나지만,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불항으로 곗돈을 내지 못하는 계원으로 인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8년 국제금융사태 때도 많이 발생하여 동포사회 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 후 잠잠하던 계 모임이 다시 부흥하더니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깨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버지니아 센터빌 지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계주의 사망으로 인해 계가 깨어지는 바람에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여 동포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곗방을 운영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H 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며칠 전 사망하자 그가 운영하던 30,000달러 짜리 계가 깨어질 형편이 되었고, 이 계에 가입했던 20여 명의 계원들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고 한다.
이 계는 매달 1,500달러 씩 20여 개월을 내면 30,000달러를 타는 이른바 ‘번호계’이다. 문제는 이 번호계에 가입된 계원들이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 누가 먼저 탓는지 사망한 계주만 알고 있어서 수습이 불가능하다는데에 있다.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이유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당 같은 곳에서 계 모임을 갖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계에는 이 ‘번호계’ 이외에 ‘낙찰계’도 있다. 이 낙찰계는 매달 자신이 가장 낮은 금액을 받겠다고 써 내거나 가장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써낸 계원부터 곗돈을 먼저 타는 방식으로 경매 방식이다 보니 상황에 따라 고이자 소득도 가능하여 한국의 시장 영세상인들이 주로 애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서민 금융 조직으로 자리 잡은 계(契)는 대한민국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잊어버릴만하면 터져 가정문제에서 사회문제로까지 일어나면서도 서민사회에서 애용되고 있는 이유는 금융기관의 높은 문턱으로 목돈을 만질 수 없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함께 이민 온 한국의 계 문화.” 미주동포사회에서도 이런 이유로 아무리 큰 피해가 발생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계주의 사망으로 뜻하지 않게 계가 깨어지게 되자 목돈이 필요해 가입했던 계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일하면서 곗돈을 부어 왔는데”, “아이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해 꼬박꼬박 부어 왔는데”, “한국의 어머니 요양원에 보내야 할 돈인데”…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은 계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안타까운 이 사태가 잘 수습되어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미국에서 곗돈은 법률로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한다. 그래서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계 깨어짐”. 현재 계를 드시고 계신 동포 여러분들은 우리 곗방은 튼튼한 지, 돌다리도 다시 한번 두드려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