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600명분의 설렁탕을 노인아파트에 무료배달하고 있는 강하석 사장과 워싱턴통합노인회 우태창 회장 모습>
작년 12월 중순 벤츠차량을 탄 모녀가 노숙인 무료급식 시설을 찾아 도시락을 받아가야겠다며 생떼를 쓴 사실이 공개되어 한국사회로부터 공분을 산 적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12월 12일 페이스북에서 “흰색의 비싼 차(벤츠) 한 대가 성당에 와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내려 태연하게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신부가 “도시락이 모자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성이 짜증을 내며 “이분은 저희 어머니이시고, 여긴 공짜 밥 주는 곳이잖아요? 왜 막으세요?”라고 했다.
김 신부는 그날 페이스북에서 “요즘처럼 코로나 시기에 우리가 ‘모두’를 생각한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겠지만 ‘나’만 생각한다면 사회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이같은 일이 벌어져서 너무 속상했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부끄러운 사건이 워싱턴 동포사회에서도 벌어져 고발한다.
버지니아 센터빌 설렁탕 전문점인 미련곰탱이에서는 매월 첫째 월요일 어르신들에게 설렁탕을 99센트에 제공하고 있다. 하루 100여 명의 노인들이 찾아오는 이 나눔봉사는 거의 한 번도 빠짐없이 5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설렁탕 600명 분, 12월에는 200명 분을 워싱턴통합노인회(회장 우태창)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노인 아파트에 갇혀 살다시피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 배달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1월 첫째 월요일인 오늘, 두 명의 노인들이 갈비탕(1인분 $14.99)을 먹은 후, 99센트 설렁탕을 대신해서 먹었으니 그 차액인 $4 만 받아라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오늘 이 식당에서 있었던 황당한 일은 이뿐만 아니다. 할아버지·할머니 두 분과 함께 식당을 찾은 어떤 젊은 여인이 설렁탕 4인 분을 99센트 씩에 투고해달라고 어거지를 부렸다고 한다. 이에 식당 측에서는 “앉아서 드시는 것은 환영하지만 테이크 아웃은 곤란하다”고 간신히 달랬다고 한다.
이 식당 강하석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식당 운영이 어려운 와중에 2021년도부터 무료급식 행사를 잠시 중단할까 생각을 해봤지만 한 번도 빠짐없이 이날만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어르신들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는 보람으로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이런 상식 이하의 황당한 일을 겪고 나면 속이 많이 상한다”고 전했다.
쌀의 한문은 미(米) 이다. 이 ‘米’ 자를 파자하면 八十八이 되고, 쌀이 나오기까지 88번의 공정이 간다고 한다. 설렁탕 1인분 투고하는데도 많은 포장용품과 손품이 필요하다. 포장용품으로는 젓가락, 플라스틱 스푼, 냅킨, 고무줄, 소금통, 김치통, 밥용기, 국용기, 플라스틱 백 등등이고 이것들을 포장하는데도 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어르신께서 앉아서 드시는 것과 누가 먹을 지도 모르는 투고와는 가격면에서도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난다.
늙은이와 노인, 그리고 어르신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늙은이는 노인(老人)의 우리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인이라면 그런데로 괜찮게 들리는데 늙은이라면 좀 비하하는 듯이 들린다. 그리고 ‘어르신’에는 가정과 사회를 위해 헌신한 존경과 감사의 뜻이 들어 있다. 그래서 기사를 쓸 때에도 되도록이면 노인보다 어르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저 세월 따라 늙어가는 ‘노인’이나 이렇게 사회에 추한 모습을 보이는 ‘늙은이’로 살 것인가? 아니면 젊은 세대들로부터 어르신으로 존경받으며 남은 여생을 보낼 것인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 있다.
설렁탕은 식품 영양에 비해 가성비가 좋아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국민 음식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미련곰탱이 식당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Hiuskorea.com 강남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