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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미 대선, 트럼프의 마지막 기대와 펜스 부통령의 선택.

6일 오후 1시 열리게 되는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 이례적으로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번 미 대선의 투표 결과를 최종적으로 개표, 인증하고 확정짓는 자리다. 이 회의는 현직 마이크 팬스 부통령이 주재를 한다. 대선 불복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펜스 부통령이 “우리를 위해 성공해낼 것”이라고 했다. 어제 조지아주의 달튼에서 유세 연설을 통해 “나는 우리의 위대한 펜스 부통령이 우리를 위해 성공해낼 것을 기대한다. 그는 위대한 사람이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나는 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펜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서 어떻게 할 것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실제 펜스 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 집계 및 발표 절차를 주재하지만 그의 역할은 상징적이다. 집계 결과 거부 등 이 결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지난 1일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펜스 부통령에게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있다면서 루이 고머트(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 집계 및 발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승인하는 최종적 절차다. 앞서 각 주의 선거인단은 지난달 14일 투표를 통해 차기 대통령을 뽑았다. 디만 선거인단 투표 결과 집계 및 발표 절차가 중단될 수는 있다. 상하원 의원들이 합동으로 주별 개표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은 사실상 없다.

 오늘 회의절차를 보면 펜스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서 이날 봉함된 나무 상자를 열고, 각주의 대선 결과 인증서와 선거인 투표 결과를 ‘개표원에게 넘겨준다. 양당(兩黨) 상·하원의원으로 구성된 개표원들은 앨라배마 주부터 알파벳 순서로 인증서와 선거인 투표 결과를 “형식에 있어서 정상적이고 진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크게 읽는다. 이후 펜스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득표한 선거인단 수를 합산해 대선 승자를 최종 발표하게 된다. 현재 바이든 306표, 트럼프 232표다.

그러나 주별 선거인 투표 결과 발표 때에, 하원의원이 한 명이라도 반대를 제기하고 상원의원 한 명이 이에 동의해 서명으로 반대문서를 제출하면 상원과 하원은 각각 나뉘어 최대 2시간 토론하고 그 주의 선거인 투표 결과를 수용할지 투표하게 된다. 양원(兩院) 모두 출석 과반수로 ‘반대’하면, 그 주의 대선 결과 인증 및 선거인 투표 결과는 거부된다.

지금까지 선거인단 개표 행사는 의사당 직원들이 상·하원의원들에게 출석을 종용할 정도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루이 고머트를 비롯한 공화당 하원의원 100여 명이 바이든이 이긴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5개 주의 대선 투표 결과를 ‘반대’하겠다고 누차 밝혔다. 또 조시 홀리(미주리)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12명도 반대 요청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문서 제출과 토론은 주별로 건건이 진행돼, 실제로 공화당 상원의원이 한 명이라도 하원의 ‘반대’에 동참하면 6일 선거인단 개표 절차는 매우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주의 대선 결과 인증 및 선거인 투표 결과가 거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새로 구성된 제117대 미 의회에서도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다. 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대대표와 지도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하원의 ‘반대’에 결코 동의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실제 투표를 해도 양원(兩院) 모두 ‘인증반대’는 부결될 것이란 얘기다.

펜스로서는 바이든의 최종 승리를 발표해야 하는 어색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최근 앨 고어와 조 바이든도 겪었다.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가 붙은 200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2001년 1월의 선거인단 개표 이래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의 몇몇 하원의원들은 개별 주의 인증 결과에 ‘반대’했다. 하지만 ‘상징적인’ 행위였고, 실제로 상원의원도 이에 동의해 토론과 상·하원 투표까지 치른 경우는 2005년을 포함해 미 역사상 딱 두 번 있었다. 결과는 모두 ‘부결’이었다. 2005년 선거인단 개표 때,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공화당 부시가 이겼던 2004년 대선에서 오하이오주에서 “비(非)정상적인 투표 행위가 있었다”고 문제 삼았고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민주)이 동의해 반대 문서를 제출했지만 투표에서 무산됐다.

플로리다 개표 결과를 놓고 공화·민주 양당이 첨예하게 붙었던 200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2001년 선거인단 개표 절차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이 주관했다. 그때도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플로리다주의 대선 인증을 ‘반대’했지만, 앨 고어는 이를 무시하고 조지 W 부시의 선거인단 득표 결과를 발표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이 강한 공화당 의원들은 계속 펜스에게 특정 주의 대선 결과를 거부하는 등 보다 확대된 의장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하지만, 펜스는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 큰 오점이 될 수도 있는 무리수를 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자타가 공언하는 일이다.

모처럼 새해 벽두의 상하원 합동회의가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다시금 미국의 민주주의와 대의 정치의 전통과 위력을 확인하게 될것으로 여겨진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안동일(앵커, 재외동포저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