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동사태는 ‘자극적인 언행으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포퓰리즘 선동’으로 규정될 수 있는 트럼피즘(Trumpism)이 민주주의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가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갑자기 벌어진 일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자유민주주에 관한 한 선도국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에서 일어났다고 하기엔 믿기 힘든 일들이 숱하게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16년 인종을 이유로 자신이 연루된 재판에 멕시코계 판사가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해 큰 논란을 일으켰고, 다인종·다문화 국가의 국가원수가 된 뒤엔 이슬람권 출신자의 입국을 금지했다.
지난해엔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비무장 흑인이 숨지면서 촉발된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자 정규군 투입을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로는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승복의 규범을 무너뜨렸고 평화적 권력 이양이란 전통을 위협했다.
이번 난동은 미국 체제에 균열을 가한 일들의 ‘결정판’이다.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기를 들거나, 나치 독일이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적혀 있는 티셔츠를 입은 시위대는 ‘민의의 전당’인 의사당에 쳐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 거부와 지지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선동이 폭도에 의한 의사당 공격”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촉발시켰다면서 “민주주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법적 대선 결과를 폭력으로 뒤집으려고 했던 이번 사태는 트럼피즘이 노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드러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은 이제 주류 정치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트럼프 측은 물론,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등 완고한 공화당 의원들과 경제단체조차 이번 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트럼피즘이 종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향후 보다 극렬한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피즘의 근간인 포퓰리즘과 고립주의, 민족주의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고, 미국은 회복이 쉽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양분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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