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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현대사 그늘’ vs ‘직선제로 민주주의 정착’

13대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이 오랜 병상 생활 끝에 26일 숨졌다. 향년 89세.

10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사망한 날로, 두 명의 대통령이 같은 날 숨진 날로 기록되게 되었다.

이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201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와 함께 87년 체제의 또 다른 이름인 ‘1노(盧)3김(金)’ 시대도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신군부의 2인자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정무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12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다.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겠다는 1987년 6·29 선언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최초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 재임시 물태우라고 불리면서도 ‘보통 사람의 위대한 시대’를 열어간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공산권 국가와 정식 외교관계를 맺었다.

1989년 2월 헝가리를 시작으로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7개국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1990년 9월 소련과 전격 수교했고, 1992년 8월에는 중국과도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러한 공산권 국가와의 수교는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데도 영향을 미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첫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채택 같은 남북관계 개선의 디딤돌도 쌓았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추진한 ‘북방정책’과 ‘범죄와의 전쟁’을 회고하며 그의 별세를 추모했다.

홍 후보는 “보수진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던 북방정책은 충격적인 대북정책이었고, 범죄와의 전쟁은 이 땅의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고 사회 병폐를 일소한 쾌거였다”고 했다.

퇴임 후 12·12 주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12월 퇴임을 앞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인 김옥숙 여사와의 사이에 딸 노소영씨, 아들 노재헌씨를 두고 있다. 노소영씨는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고, 장례식은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이거나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

전직 대통령이기는 하나 반란수괴, 내란, 비자금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인물로는 처음으로 장례를 치르게 돼 국가장 실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26일 있었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됐다. 여당 의원은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국가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일단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치러진 국가장은 지난 2015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