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미국 정치학자들이 한국이 핵무기 보유를 결정할 경우, 미국은 정치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교수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공동 기고한 ‘한국은 자체 핵폭탄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얼핏 보면 한국과 미국의 유대가 견고해 보이지만, 한미 동맹은 사실 강력한 지정학적 힘들에 의해 분열돼 있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이 많은 미국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방향, 즉 독자적인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에 한미 관계가 확실히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한미간 입장차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한미동맹 약화의 진정한 근원이라고 봤다.
이들은 “북한은 미국 본토로 운반할 수 있는 고성능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 발전은 동맹의 위험보상 계산을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은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 우위를 차단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강력한 유인을 갖게 될 것이고, 미국이 보복한다면 미국 본토가 북한의 표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여러 미국 도시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치·경제·사회적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로 인해 한미 동맹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신뢰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이들은 과거 냉전 시대였던 1950년 초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간 비슷한 신뢰성 문제에 직면했었다며 △영국과 프랑스의 자체 핵무기 보유 △다른 국가들을 위한 나토의 핵 공유 △미군의 유럽 배치 등 3가지로 해법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한국과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하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핵무기 이전을 금지해 전쟁시 핵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합의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은 주한미군의 배치 규모를 늘리거나 휴전선에 있는 한국군과 서로 엮이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한미군의 수는 감소했고, 군대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더 멀리 배치된 상태라고 이들은 판단했다.
이들은 2가지의 선택지가 제외되는 만큼 한국은 자체 핵무기를 획득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는 한국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에서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는 장기적인 안보문제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특히 ‘자국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에 직면할 경우 NPT를 탈퇴할 수 있다’는 NPT 10조를 근거로 한국의 핵 보유는 합법적이고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과 한국에 대한 위협은 NPT 10조의 비상사태로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핵무기 개발은 북한의 행동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한국 정부는 이미 이 방향으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한국 국민들 70%가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한국의 핵 보유는 미국이 선호하는 게 아니고 핵 확산 방지라는 미국의 핵심 정책에 위배된다며 “하지만 동맹의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최선의 길일 수 있다. 한국이 이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비난에 초점을 맞추고 소중한 동맹(한국)에 정치적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