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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참사’ 유일 생존 6세 소년의 끝나지 않은 비극

<사진> 2021년 5월 이탈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케이블카 추락 참사 유일 생존자인 에이탄 비란(6)의 가족 사진. 당시 5살이던 에이탄은 이 사고로 부모와 동생, 조부모 등 가족을 모두 잃고 현재 외가와 친가 간 양육권 다툼에 시달리고 있다.

아빠 품에서 목숨 건졌지만…엄마·동생 모두 잃고 고아 고모가 후견인…아이 데려간 외조부에 유괴죄 체포영장

지난 5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에서 알프스 마타로네 산 정상으로 향하던 케이블카가 추락해 탑승자 15명 중 14명이 숨진 이른바 ‘이탈리아 케이블카 참사’의 유일한 생존자 에이탄 비란은 이제 생일을 넘겨 여섯 살이 됐다.

당시 희생자 중 5명은 이스라엘 국적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이 모두 에이탄의 부모와 동생, 증조부모 등 가족이다. 에이탄은 아빠 품에 꼭 안겨 있어 다리 등 골절상과 외상성 뇌 손상에도 목숨을 건진 사실이 알려져 전 세계인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었다.

그러나 ‘기적의 소년’ 에이탄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10일 로이터 통신은 이탈리아 법원이 에이탄의 외조부 사무엘 펠레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에이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에이탄은 치료를 받고 회복해 고모 아야 비란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살아왔다. 에이탄의 가족은 이스라엘 국적이지만 사고 전부터 몇 년간 이탈리아에서 거주해왔고, 사고 이후 이탈리아에 살던 고모가 에이탄의 후견인을 맡게됐다.

에이탄의 삶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9월 이스라엘에 사는 외조부 사무엘 펠레그가 찾아오면서다. 외조부는 고모의 동의 없이 에이탄을 데리고 이스라엘로 가버렸고, 이때부터 외가와 친가 간 양육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이탈리아 법원이 발행한 체포영장에 따르면, 법원은 이스라엘의 외가 식구들이 에이탄을 데려다 기르기 위해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다고 판단했다. 외조부뿐만 아니라 외조모 등도 가담했다고 봤다.

외조부는 지인과 함께 에이탄을 데리고 운전해 스위스로 건너간후 그 곳에서 4만2000유로(약 5728만 원)를 주고 개인항공기를 대절해 텔아비브까지 날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BBC에 따르면 외조부는 언론 등에 자신의 행위가 합법적이며, 에이탄의 최대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에이탄이 외가 식구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도 말했다.

외가와 친가 간 양육권 다툼이 유괴라는 ‘국제 범죄’로 비화하자, 지난달 이스라엘 법원은 이탈리아의 고모가 이미 후견인인 점을 근거로, 펠레그 등 외가 식구들에게 에이탄을 이탈리아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외가 식구들이 이스라엘 법원의 명령마저 거역한 채 에이탄을 돌려보내지 않자, 이번엔 이탈리아 법원이 외조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법정 다툼 과정에서 외가와 친가 측 변호인단은 에이탄을 추가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하기로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해 사안이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강제 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이탈리아 고모 측 변호인과 이스라엘 외가 측 변호인의 설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외가 식구들은 어떤 체포영장도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육권 다툼의 정확한 내막이나, 에이탄이 사고로 얼마만큼의 보상금을 받았는지 등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여행 중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마지막 순간까지 온몸으로 자신을 살린 아빠 품에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에이탄의 상황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