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제안후 한미 접촉 계속되지만 ‘시각차 해소’ 의문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과 미국, 나아가 중국까지 참여하는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제안한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돼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 성사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계기 종전선언 제안 뒤 주요 당사국인 미국 측과 외교장관회담, 북핵수석대표협의 등을 통해 “종전선언 문안까지 협의했다”고 밝혀온 데 반해, 미국 측은 여전히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반응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 띄우기에 나서면서, 외교가에서는 지난 10일~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에 입에서 종전선언이 진전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크링튼브링크 차관보는 귀국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련질문에 “생산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 참석차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를 방문한 우리 외교부의 최종건 제1차관은 종전선언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연말이니 이제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그 결과가 공개될지 안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이 연내 종전선언에 관한 합의에 이르러 북한에 공식 제안할 수 있길 바라지만, 그 바람대로 일이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종전선언은 남한에 비핵화 회담과 함께 신뢰구축 조치를 재개할 기회”라면서도 “종전선언의 선제 조건에 대한 북한과 미국이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진행이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요구해왔다. 북한과 일단 협상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어떤 문제든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미 정부의 기본입장인 것이다.
반면 북한은 앞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 및 2중 기준 철회’란 대화 재개 선결조건을 제시한 이후 더 이상은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요구엔 궁극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해제 등이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즉, 한미 양국이 북한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이상 북한도 종전선언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우리 정부의 접근법 자체가 북한과 미국 모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아무런 변화도 담보할 수 없는 종전선언엔 굳이 응할 이유가 없고, 반대로 미국은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북한 혹은 중국·러시아가 ‘정치적 선언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은 국내 보수 세력과 미국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한은 그런 종전선언엔 응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으로선 ‘종전선언’으로 주한미군 철수까지는 기대하지 못해도 한미연합훈련의 완전 중단이나 한미동맹의 재조정을 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미동맹의 재조정을 위해선 북한 비핵화의 상당한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 차관은 “한미 간엔 종전선언 추진에 이견이 없다. 이를 언제 어떻게 할지 그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측이 앞서 문제 삼았던 게 대북조치의 ‘순서·시기·조건’ 등 방법론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양국 간 ‘시각차’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용석 기자 ys4174@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