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러시아 등 산유국 증산 요구에 응하지 않자 주요 소비국에 협력 요청 백악관 “유가 낮춰 경제성장 촉진 위해 협상 중…결정된 건 없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인도 등 가까운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도 접촉해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고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세계 최대 오일 소비국에 속하는 이들 국가에 각국이 비축한 원유를 방출해 유가를 잡고 경제 회복을 앞당기자는 취지로 이같이 요청했다고 미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아직 협상이 완료되지도 않았고,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도 않았다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한 확인 요청에 답변을 거부하고,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백악관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고, 가격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요 몇 주간 다른 에너지 소비국과 대화하고 있다”면서 “진행 중인 대화 관련해 보고할 건 없고, 조치가 필요할지 필요하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美 유가·소비자 물가 급등에 바이든, 정치적 위기 때문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인 한국과 일본, 인도는 물론 경쟁 국가인 중국에까지 비축유 방출을 요청하고 나선 데에는 최근 유가와 소비자 물가 급등 사태가 정치적 위기로 번지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에 증산 속도를 높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좀처럼 관철되지 않자, 최대 원유 소비국들을 동원해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복안도 읽힌다.
한 소식통은 “세계 최대 소비국들이 OPEC에 ‘행동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상징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60% 이상 오른 갤런당 평균 3.4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1년 사이 6.2% 상승했는데, 이는 에너지 부문이 30% 급등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은 최근의 지지율 하락이 이 같은 인플레이션과 유가 급등 때문이라고 보고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년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력 성사될까…日은 일단 긍정 응답
일단 일본은 이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비축유 방출이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위해선 방출량이 2000만~3000만 배럴 이상은 돼야 한다고 이번 논의에 관여한 소식통은 전했다. 방출 시 미 전략비축유(SPR)를 판매하거나 빌리는 형태로 이뤄지게 된다. 미국은 1970년대 아랍 국가들의 석유 금수 조치 이후 비상사태를 대비해 SPR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주요 원유소비국들이 포함된 국제에너지기구(IEA) 차원의 협력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IEA는 이번 보도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지난 성명에서 “시장을 면밀히 감시해 필요 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백악관의 비축유 방출 요청 보도가 나간 뒤 미국의 원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78.36달러에서 하락한 78.18달러에 거래됐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80.28달러에 거래를 마친 뒤 80.21달러로 추가 하락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