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부회장은 나델라 CEO와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S/W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1.11.21/뉴스1
백악관 고위 관계자, 미 의회 핵심 의원들에 ‘반도체’ 투자 계획 설명 MS·아마존 경영진과는 AI·VR·메타버스·클라우드컴퓨팅 등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한 가운데, 삼성의 대(對)미 투자 확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이 부회장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고 21일 밝혔다.
특히 삼성은 ‘이 부회장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 간 이번 미팅에서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출장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처음 밝힌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과 관련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확정·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2곳, 애리조나 2곳, 뉴욕 1곳 등 최소 5개 지역을 놓고 제2 파운드리 투자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기존 오스틴 파운드리 팹에서 약 40km 거리에 있는 텍사스주 테일러(Taylor)시 일원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을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이날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이번 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제2파운드리 투자는 중국과 반도체 패권 전쟁을 시작한 미국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반도체는 용도에 따라 크게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주어진 데이터를 연산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뉘는데,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을 보유한 한국이 글로벌 강자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설계부터 생산까지 한 기업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생산-패키징’ 등으로 글로벌 기업 간에 분업화가 돼 있다.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보유한 원천기술과 설계에서는 전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강자이지만, 생산은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에 특히 의존해왔고, 삼성전자가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한국에서 출발한 지 하루 뒤인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그 배경에는 TSMC가 대만 기업이라는 것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대만은 제해권 확장에 나선 중국을 최전선에서 견제하는 ‘불침항모'(不沈航母)와 같은 존재인 동시에, 반도체라는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 공급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가깝게는 TSMC와 삼성전자의 힘을 빌려 자국 내 공급망을 완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은 궁극적으로는 인텔 등 자국의 파운드리 역량을 육성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를 완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파운드리에서 철수했던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고, 올 3월 총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재빠르게 올라탔다.
대만의 TSMC도 올 4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당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으로 인해 이 부회장이 수감되면서 총수 부재 상황에 놓였던 삼성전자는 이렇다할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행보는 국내 재계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와 경쟁기업들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이 2016년 7월 선밸리 콘퍼런스 이후 5년4개월 만인데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다툼이 첨예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이번 출장에 따른 결과물들에 더욱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을 담당하는 핵심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과 연쇄적으로 회동하는 등 미국 내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이 부회장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S/W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또 아마존을 방문해서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또 이 부회장은 16~17일에는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와 뉴저지주에서 각각 모더나와 버라이즌의 최고경영진과 ‘비즈니스 미팅’을 연쇄적으로 가진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의 힘을 빌려 우선적으로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국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빠르게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은 미국의 투자 확대에 따른 각종 지원책을 최대한 이끌어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