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투표 여건 좋지 않아…여야 후보 실망감에 관심도도 떨어져
내년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를 위한 신청 마감(내년 1월8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신청률이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외 국민들의 선거 및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주미 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20대 대선 재외선거인 등 신고 및 신청한 인원은 국외부재자 10만6167명, 재외선거인 4787명, 영구명부 등재자 2만3452명 등 13만4406명이다.
막판에 신고·신청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 추세대로라면 많아도 20만명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22만355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선관위는 재외선거인 등 신고·신청 기간이 ’91일’이었던 18대 대선 때 동일한 일차와 비교하면 4.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19대 대선(30만197명)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치러지게 되면서 재외선거인 등 신고·신청 기간이 ’21일’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대선과 달리 지난 2012년 19대 총선(12만4424명)과 2016년 20대 총선(15만9636명), 지난해 21대 총선(17만7099명) 등 국회의원 총선거 때는 신고·신청자수가 1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재외선거인 등 신고·신청 현황을 대륙별로 보면 아주 지역(53개 공관)이 6만9049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주 지역(39개 공관, 4만5416명), 유럽(48개 공관, 1만5978명), 중동(18개 공관, 2818명), 아프리카(20개 공관, 1145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내년 대선의 재외선거인 등 신고·신청률은 전체 추정 재외선거권자(21대 총선 당시 214만여명) 대비 1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재외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도가 낮은 셈이다.
이같은 재외국민들의 선거참여 저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우려와 재외투표소 부족 등 투표 여건이 좋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투표소 등 투표 환경의 문제는 심각하다. 실례로 내년 대선에서 국토가 한국의 100배가량인 미국에 설치되는 투표소는 27개소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내 추정 재외유권자 수는 85만명 정도다.
시카고(추정 재외유권자 16만명)의 경우,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선거구역이 13개 주(州)이지만 설치되는 투표소는 3개소 밖에 없다. 선거구역에서 멀리 사는 사람은 투표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선거 참여도가 낮은 데에는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거에 참여한다 해도 재외유권자들의 현안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저변에 깔려 있는 데다 이번 대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층이 많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미국내 재외유권자들 사이에선 여야 후보와 가족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이로 인해 실제 투표 참여율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치러진 지난해 21대 총선 때는 재외선거권자수 대비 투표율이 1.9%에 그쳤다. 이는 선거 참여도가 그나마 높았던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투표율(11.2%)과 비교하면 급감한 결과다.
만약 내년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대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 때도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대선의 재외국민 투표는 내년 2월23일부터 28일까지다.
우편투표 도입, 재외투표소 확대 등 재외유권자들의 선거 및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야의 정치적 입장이 엇갈리면서 법안 처리는 요원한 상태다.
우여곡절 속에 여야가 법안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내년 대선에 적용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우편투표 등을 도입하려면 국회에서 얼마나 속도를 내주느냐가 문제”라면서도 “이번 대선은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를 3개월 정도 남겨 두고 크게 제도가 바뀌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서혜림 기자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