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배포량 늘려 세금 낭비 줄여야” 지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폐기 결정을 내린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의 배포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스크가 아닌 구두닦이나 거즈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폐기를 앞둔 아베노마스크를 배포받고 싶다고 신청한 사람은 1만명 이상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아베노마스크를 희망하는 개인,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고 남는 것은 폐기하겠다고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아베노마스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천 마스크 전국 배포 사업을 말한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코와 입만 겨우 가려지는 우스꽝스러운 천 마스크를 쓰고 정부 대책회의에 등장해 전국 모든 가구에 2장씩 천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마스크는 바이러스 차단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곰팡이와 벌레 등 이물질이 발견되는 등 불량품이 속출하면서 ‘아베노마스크’라는 오명을 썼다.
일본 정부는 각 가정과 복지시설 등에 배포하기 위해 아베노마스크 약 2억6000만장을 조달했지만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8130만여장이 처치 곤란한 대량 재고로 전락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노마스크의 폐기를 결정하면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 1월14일까지 배포를 희망하는 지자체나 개인, 단체의 신청을 받고 있다. 배포는 100매 단위로, 배송료는 일본 정부가 부담한다.
일본 네티즌들은 “폐기는 아깝다”며 트위터상에서 아베노마스크의 재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베노마스크를 구두닦이로 재활용하는 법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고베시의 한 치과병원에서는 마스크를 분해해 거즈로 재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경제 평론가 오기와라 히로코는 산케이에 “초기에 매각이나 폐기 등의 대응을 하지 않고 방치해 보관비로 6억엔(약 62억원)을 들인 것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본 회계검사원(감사원 격)이 발표한 2020년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아베노마스크의 보관비로는 약 6억엔이 쓰였다. 올해 보관비도 최소 3억엔(약 31억원) 이상이 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기와라는 이어 “조금이라도 배포량을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 세금 낭비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진 기자 pbj@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