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거부’에도 ‘플랜B’ 없어… 제2의 전략적 인내” “아프간 철군 논란·이란핵합의서도 리더십 부재 드러나”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올 한해 대북정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괄타결’식 대북접근법의 ‘중간에 있다’며 이들과의 차별화를 주장해왔지만, 실상은 ‘플랜A’가 실패한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하지 않으면서 ‘제2의 전략적 인내’로 비치고 있단 이유에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약 100일 만에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기치로 내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과거 정책을 답습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외교적 관여를 중시하며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 뒤인 올 5월2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그리고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잇달아 내놓으며 날을 세웠다.
특히 권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4월28일 첫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함께 북한의 핵개발을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며 상응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을 두고 “이른바 ‘대북 적대시정책 철폐’ 없인 미국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 정부는 지금도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우리 제안을) 거부하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정책을 이행할 때 해야 하는 고민”이라면서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엔 그 ‘다음 단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지난 5월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했을 때 ‘다음 단계’를 작동했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그 ‘다음 단계’가 부재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상당 시간을 허비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잘했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적극성 측면에선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북한의 핵능력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도 “바이든 정부에 북한에 대한 외교적 관여 의지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문일 걸어 잠그고 (자력갱생 등의) 대외정책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 또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한 해를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도 해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고자 하는 적극성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외교적 관여를 한다’는 말은 했지만 그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는지는 물음표”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에 외교 역량을 쏟으면서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포위 전략과 이를 위한 동맹 강화 전략, 구리고 북한에 대한 소극적 태도가 맞물리면서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전반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북한은 미국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란 약속을 깨진 않았지만, 그 사이 ‘핵무기 고도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홍 위원은 북한이 올 1월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당시 ‘전략·전술 핵무기 개발’을 천명하며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고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했는데도 “바이든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 없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식으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지지부진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등을 거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부재가 나타나고 있다”며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다 보니 한반도 문제에서도 ‘프로’답지 못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우린 최근 몇 달 동안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응답하길 계속 희망한다”고 거듭 밝혔다.
노민호 기자 ntiger@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