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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조직화된 개미들, 자본주의 심장을 뒤흔들다

조직화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자본주의의 심장, 월가를 뒤흔들고 있다.

개미들이 공매도를 일삼는 ‘공룡’(기관투자자)들과 전쟁을 벌이면서 비디오게임 판매업체인 ‘게임스탑’의 주가를 폭등시키고 있는 것.

29일(현지시간) 게임스탑발 개미들의 반란이 월가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의 3대 지수는 모두 2% 내외 급락했다. 그러나 게임스탑의 주가는 68% 폭등했다. 개미들의 반란이 이제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자본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26일 본격화됐다. 오프라인 게임체인인 게임스탑은 온라인 게임이 각광받으며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사실 망할 날이 멀지 않는 업체다. 그러나 개미와 공매도를 일삼는 공룡들이 정면으로 맞서는 전투장이 되면서 가장 뜨거운 주식으로 급부상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가상으로 빌려와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재매입해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챙기는 금융 기법이다. 만약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26일 게임스탑은 공매도를 걸었던 헤지펀드들이 이를 대거 청산함에 따라 주가가 92.71% 폭등했다.

개미들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채팅방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베츠는 미국 개미들의 성지인 셈이다. 이 페이지의 방문자는 300만 명이 넘는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자 필자는 직전 <시나쿨파>를 통해 “미국 금융시장에도 민주화 바람이 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필자의 이같은 분석은 소극적인 분석이었다. 다음날 미국의 대표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에서 권력이동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권력이 기관투자자에서 개미로 옮겨갔다는 말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금융시장의 ‘레이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교체)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단순한 금융시장 민주화의 시작이 아니라 ‘패러다임 시프트’가 발생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같은 평가가 나온 뒤 29일 열린 뉴욕증시에서 게임스탑발 공포로 3대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개미가 일으킨 쓰나미가 드디어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인 뉴욕증시마저 강타한 것이다.

필자는 2017년 연초부터 비트코인 일일 시황을 썼었다. 아마도 국내최초였을 것이다. 외신을 워치하다 갑자기 ‘BTC(Bitcoin)’라는 단어가 헤드라인에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BTS’(방탄소년단)로 착각했다. BTS의 인기가 이렇게 좋은가 보다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BT S가 아니라 BT C였다. 필자는 이때 처음 비트코인을 알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필자는 비트코인을 잘 모른다. 그런데 기자의 직감상 이건 장난이 아닌데 하는 ‘전율’이 왔다. 그래서 일일 시황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그런데 이번 게임스탑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비트코인을 처음 대했을 때보다 더한 전율을 느꼈다. 비트코인은 자본시장의 변방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 게임스탑 사태는 세계 자본주의 심장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총은 1조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NYSE의 시총은 지난해 말 기준 57조달러에 달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NYSE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셈이다.

개미들은 짱돌 하나씩 들고 NYSE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자본시장의 주인이 누구냐?”고.

WSJ이나 FT가 평가한대로 게임스탑 사태는 개미들이 세계 금융시장의 ‘앙시앵 레짐’(Ancient regime, 구체제)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게임스탑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자못 궁금하다.

게임스탑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중계할 것을 약속드린다.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박형기 기자 sinopark@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