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비트코인 급등은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비트코인 랠리는 미국의 달러가 흔들리기 때문이며, 달러가 흔들리는 것은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위험 헤지(회피)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위험을 헤지하는 대표적인 수단은 금이며, 금 이외에는 가장 안전한 통화인 달러다.
그러나 최근 달러가 흔들리고 있다. FT 부편집장 라나 포루하는 자신의 칼럼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다극화하며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결과로 비트코인이 뜨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인기가 미국의 장기간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투기적 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과 달러의 역할이 덜 중요해진다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초기 신호로 해석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며 현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에 대한 신뢰는 약화됐다. 달러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흔들렸다.
지난달 6일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은 이런 상황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다. 페더럴파이낸셜의 분석가인 캐런 페트로우미는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가 의사당 난입 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포루하는 트럼프가 ‘USA’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린 것은 맞지만 트럼프의 등장 자체가 미국의 장기적 경제 문제의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란 전례 없는 저금리로 인한 부채 급증 상황을 말한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전례 없는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부양책도 더해졌다. 미국의 빚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해 빚을 더욱 늘린다면 달러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는 특히 미국이란 한 강대국이 정치적·경제적 파워를 독점하지 못하고 세계가 다극화되면 위안화와 유로화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커지면서 달러가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예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암호화폐가 정치적 힘에 덜 종속돼 다극적인 세계에 적합하다고 본다.
물론 암호화폐가 ‘새로운 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일찌감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포루하는 비트코인 랠리를 “일반적인 버블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일단 비트코인 붐은 탄광의 카나리아로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나리아가 탄광의 유해가스를 먼저 감지하듯 비트코인이 미국의 위상 약화를 먼저 감지했다는 뜻이다.
박형기 기자 sinopark@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