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여성 4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한국을 포함한 미주지역 동포 언론 매체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분은 아마도 이수혁 주미대사인듯싶다. 워싱턴 지역 2개 일간지 오늘 자 신문에서도 이번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 이수혁 대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 대사가 욕을 먹는 이유는 굳이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있어야 할 자리에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안계 정치인들, 미주류 정치인들, 그리고 아시안 커뮤니티를 비롯하여 전 미주동포사회에서 “STOP ASIAN HATE”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 보이지 않았고, 대사관이 소재한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DC에서 이 지역 거의 모든 한인회들이 시위를 벌였는데도 그분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찾은 애틀랜타 현장에서도 대사관에서 지척 거리인 피해자 1명의 장례식장에서도 그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욕을 먹는 것이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수습과 대책 마련으로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병일 동남부한인회연합회장은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에서 “미국의 정·부 대통령이 이곳에 왔었는데 이수혁 대사가 현장 외교를 펼칠 좋은 기회를 놓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코리안을 비롯한 아시안 혐오 범죄 행위가 유행처럼 번질 기세인데 대사관에서 자국민 보호 차원의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한 “현장을 누비며 대책을 세우고 있는 현 총영사가 4월 초 귀임하게 되어 있고, 신임 총영사는 빨라도 4월 말에야 부임한다고 하니 1개월여 공백 기간이 걱정이다”고 했다. 동남부한인회연합회는 애틀랜타를 포함한 미 동남부 지역을 관할로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최병일 연합회장의 이 예견은 들어 맞고 있다. 아시안에 대한 인종혐오 범죄가 미 전역에서 유행처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넌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 29일 오전 11시 40분께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건물 앞에서 커다란 몸집의 흑인 남성이 마주 보며 걸어오던 65세 아시아 여성을 갑자기 죽을 때까지 때리면서 한 말이다. 이번에는 미국 뉴욕의 지하철 안에서 한 흑인 남성이 아시아계 남성을 실신할 때까지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앞으로 이런 유사한 범죄행위는 계속 일어날 확률이 높다.
최병일 회장은 “민간 차원의 시위나 공공외교에는 한계점이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한국 종교계 지도자들이 미국을 방문하여 인종 간 대립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대행 집회를 여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목소리를 내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는 2018년 10월 27일 발생했던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 사건은 반 유대주의 증오에 의한 총격 범죄로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당시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피츠버그에 머물면서 사건 수습에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츠버그를 방문하자 그 대사는 현장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자국민 보호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것이 자국민 보호에 대한 한국정부와 이스라엘정부의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250만 미주동포사회가 주미한국대사관에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