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우선주의 커질 우려
전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우려하던 백신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EU·캐나다 등 백신 없어 발 동동: 2일 로이터·AFP 보도를 종합하면 프랑스 등 상당수 회원국이 ‘3차 유행’에 접어든 유럽연합(EU)은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저소득·개발도상국용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을 담당하는 인도세럼연구소에 1000만 회분 공급을 요청하고 나섰다.
체면까지 버리고 인도 정부에 공문을 보냈지만, 인도 역시 자국내 확진자 급증으로 백신 수출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이에 아프리카 등 개도국 상당수가 의존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의 백신 확보에도 덩달아 ‘빨간불’이 켜졌다.
EU 회원국내 격차도 크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가 11만 명에 육박하지만, 인구 6000만 명 중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체 5%인 320만 명에 그친다.
한스 클루지 WHO 유럽국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럽의 백신 접종 속도가 용인할 수 없을 만큼 느린 수준”이라며 “가용 백신을 모두 동원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백신 확보 1위’라는 명성을 차지했던 캐나다도 최근 3차 유행에 진입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구 3800만을 훌쩍 넘는 4억 회분 이상을 선구매 혹은 예약하고 작년부터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공급 차질과 아스트라제네카 혈전 부작용 발생으로 접종 속도가 더디다.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해오던 터키는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4만 명을 넘어서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영국발 변이 비중이 지역별로 최대 95%에 달하며 확산세를 좀처럼 꺾지 못하는 가운데, 이달 중순 시작하는 라마단 기간을 앞두고 이동·집회 금지 등 봉쇄조치를 다시 발표한 상황이다.
◇국가별 접종 편차…’자국우선주의’ 커질 듯: 각국은 백신제조사에 생산 증대를 촉구하고 있지만, 자국민 접종을 위해 수출 중단을 결정한 인도의 경우처럼 또다시 자국우선주의 경향이 커지면서 전 세계 백신 대란 문제가 확산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 세계에서 접종된 코로나19 백신 총량은 5억9600만 회분 이상으로, 인구 100명당 7.8회분이 접종됐지만 국가별로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인구 100명당 113회분이 접종됐고, 국민 59%가 1회 접종을, 54%는 2회까지 접종을 완료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86), 칠레(56), 영국(53), 미국(45) 등이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인 반면, 아시아(5.5), 오세아니아(1.7), 아프리카(0.8) 대륙은 세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접종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가 99개국에서 사용돼 가장 광범위한 접종률을 보였고, 화이자가 82개국, 모더나가 35개국에서 접종되고 있다. 이어 베이징에서 생산된 시노팜(25), 스푸트니크V(20), 시노백(15), 존슨앤드존슨(2) 순이었고, 인도산 코백신과 러시아 2호 백신 에피백이 각각 자국에서 접종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13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억3018만6501명, 누적 사망자 수는 284만296명이다.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권영미 기자,정이나 기자,조소영 기자,윤다혜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