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가문 권력 장악 현실화하나
내년 필리핀 대선을 앞두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42) 다바오 시장이 또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며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사라는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정치적 근거지인 다바오 시장을 물려받은 유력 정치인인 데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 후 개헌 시도 등 장기집권을 노려왔다는 점에서 당선 시 두테르테 가문의 권력 장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립조사기관 펄스 아시아가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 2400명 중 27%가 사라를 지지하며 13명 예상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사라가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사라는 최근 로이터에 “내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없다. 아버지도 내가 입후보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리핀 국민 가운데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미 사라가 아버지의 대권을 이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셜미디어상 활동과 비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 연임을 제한한 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권력 장악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필리핀의 대통령 단임제는 1986년 국민들이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몰아내며 쟁취한 성과인 만큼 반발이 컸다.
사라 뿐만 아니라 두테르테 대통령의 두 아들도 모두 유력한 정치인이다. 장남은 하원의원, 차남은 다바오시 부시장이다. 모두 두테르테 대통령 재임 기간 당선됐다. 이에 가문의 권력 장악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사실상 장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서 2위는 독재자 페르디난드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13%)가 차지했다. 2016년 선거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맞붙은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과 프란시스코 이스코 모레노 마닐라 시장이 각각 12%, 글로벌 복싱 아이콘 매니 파퀴아오 상원의원이 11%로 뒤를 이었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력한 ‘정적(政敵)’이자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7%의 지지를 받았다.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뽑는다.
이번 여론 조사의 오차 범위는 ±2%다. 조사에서 추려진 13명 후보 중 누구도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대선이 1년 이상 남은 만큼 앞으로 변화 가능성은 많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음 여론 조사는 내달 9일 실시된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