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속도 빠른 美, 英, 이스라엘 마스크 벗기 시동 인도선 확진자·사망자 폭증…주차장에서 시신 태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고통받았던 전 세계가 백신이 출시되며 전혀 다른 상황을 겪고 있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 성인 인구 절반 백신 맞은 美, “야외선 노마스크” : 전체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마국은 점차 대유행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백신 접종자 수는 2억3690만 명이다. 전체 3억3200만 인구 중 18세 이상 성인의 53.9%인 1억4100만 명이 적어도 1회 백신을 맞았고, 성인 37%인 9590만 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에 CDC는 27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실외에서 마스크 없이 다닐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야외에서 대규모 군중 속에 있을 때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요구된다.
한때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만명을 웃돌며 세계에서 하루만에 가장 많은 신규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안았던 미국은 빠른 백신 접종으로 대유행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 이스라엘, 영국 “우리가 진정한 선두” : 미국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이스라엘과 영국도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눈에 띄게 줄며 일상 회복에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스라엘은 전체 930만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0만명 정도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초고속 접종 속도을 자랑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집단면역 달성이 코앞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월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상회했지만 빠른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26일 기준 이스라엘의 일일 확진자는 110명이다. 사망자도 지난 1월말 하루 50명까지 증가했지만 그 이후 꾸준히 감소해 4월 들어 10명 이하로 줄었다.
확진자가 감소하며 감염 위험이 줄어들자 이스라엘 역시 ‘야외 노마스크’를 선언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지난 18일부터 실외에서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대유행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던 학교도 다시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영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 성인 인구 약 50%가 백신을 최소 한 차례 맞았으며, 성인 4명 중 한 명은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쳤다.
영국 보건복지부는 27일 트위터를 통해 “현재 성인 4명 중 한명은 코로나19 백신 2회분을 모두 맞았다”며 “백신 접종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고 밝혔다.
이같은 속도라면 7월 말까지 모든 성인에게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하겠다는 목표도 달성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영국 정부에서는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 ‘노마스크 실험’ 등을 검토하고 있다.
◇ 같은시간 인도는 ‘코로나 생지옥’ : 앞서 언급한 국가들과 달리 인도는 전례 없는 ‘코로나 쓰나미’에 고통받고 있다.
최근 일일 확진자가 6일 연속 30만명을 웃도는 등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인도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시신을 태울 곳이 없어 주차장에서 시신을 화장하는 그야말로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인도 보건부에 따르면 27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24시간 동안 32만3144명을 기록했다. 인도는 지난 22일 일일 확진 31만명으로 미국을 넘어 일일 확진 최다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날이 갈수록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누적 확진자는 1764만명, 누적 사망자는 19만7894명이다.
이같은 확산세의 이유로는 ‘이중 변이’와 ‘삼중 변이’가 꼽힌다.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인도 수도 뉴델리,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등 인도 곳곳에서 삼중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삼중 변이 바이러스는 이중 변이 바이러스에 변이가 하나 더 추가된 형태로, 이중 변이가 진화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중 변이의 진화형인 만큼 전파력도 더욱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입증하듯 인도의 확산세는 통제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며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에서는 화장터가 모자라 임시 화장터나 주차장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들의 시신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체계도 붕괴 직전이다. 인도 내 병원들은 병상과 의료용 장비 부족으로 환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이다. 실제 인도 소셜미디어에는 병상과 의료용 산소 장비 부족 사태를 호소하는 글이 넘쳐나고 시민단체들은 지원과 자원 봉사를 촉구하고 있다.
의료 체계가 무너지면서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의료용 산소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의료용 산소난이 극심해지며 인도 법원은 급기야 산소를 훔치는 사람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백신 접종에 필요한 의료장비도 부족해 백신 접종도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의 이같은 상황에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인공호흡기와 산소 농축기 등을 지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빠른 백신 접종과 같은 본질적인 방법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확산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다혜 기자 dahye18@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