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변이 확산 방역 포기…독감처럼 다룰 것”
전 세계 각국이 델타 변이 확산으로 방역의 고삐를 조이는 가운데, 모든 방역 조치를 포기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나라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봉쇄와 감염자 추적,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하고 여행과 모임 제한을 풀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가 불가능한 만큼 이를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해보겠다는 취지다.
30일 CNN에 따르면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 포스는 이 같은 향후 대응 로드맵을 마련했다.
싱가포르의 방역 조치는 원래 ‘감염 제로’ 모델을 채택해왔다. 위반 시 처벌도 가하는 엄격한 방역조치다. 싱가포르와 ‘비즈니스 허브’ 자리를 두고 경쟁 관계에 있는 홍콩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서 실시 중인 강력한 방역 모델은, 지금까지는 대규모 감염을 막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염 제로 모델에서 다소 급진적인 방향으로 방역 방침을 선회한 건 계속되는 신종 변이 출현과 확산으로 지금의 방역 모델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을 포기하고, 불가능한 퇴치에 매달리기보다는 ‘공존’을 택한 셈이다.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지난주 현지 스트레이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쁜 소식은 코로나19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좋은 소식은 코로나19와 함께라도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스크포스는 “우리는 팬데믹을 독감이나 수족구병, 수두 같이 덜 위협적인 뭔가로 바꿔서 우리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스크포스는 싱가포르 통상부와 재무부, 보건부의 3인 장관으로 구성돼 있다.
싱가포르의 이 같은 조치는 일상으로 돌아가 관광을 재개하려는 다른 나라들에 선례가 될 수 있으며, 1년 반가량 이어진 방역조치에 지친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고 CNN은 관측했다.
◇높은 백신접종률 ‘비결’…8월이면 ‘집단면역’ 달성 전망
싱가포르가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백신접종률이 자리한다. 싱가포르는 인구 3분의 2가 내달 초까지 1회 접종을, 8월 9일까지는 2차까지 완전한 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인구 규모가 570만 명가량인 싱가포르의 지난달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 건수는 18건으로,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는 36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백신접종률이 높다고 해서 모든 국가가 싱가포르 같은 선택을 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이스라엘과 영국 등은 싱가포르보다 높은 접종률을 자랑하지만, 최근 델타 변이 확산 우려로 방역 수준을 오히려 강화했다.
◇새 방역 방침,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나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일일 감염건수 모니터링 방식은 독감(influenza)처럼 위중증과 중환자실 입원자 수만 추적하는 식으로 바뀐다.
경증 감염자들은 집에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보며,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 포화를 막으면 오히려 중증 환자 치료와 사망자 감소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백신 접종 계획도 보다 장기화해 다년간 접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신종 변이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만큼 더 많은 백신을 준비할 방침이다.
물론 검진과 일정 정도의 격리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대규모 사회 행사 참석을 예정하거나 해외 여행을 앞두고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 이는 ‘정말 필요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신속한 결과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 차원에서는 예방보다 치료에 더 중점을 두고, 중증과 사망을 막을 효과적인 치료법 모색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거리 두기나 개인위생 같은 시민의 사회적 책임은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태스크포스는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