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재현? 원작에 부응하는 속편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치러지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망을 딛고 일어서 국제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고, 당시 제 3세계였던 도쿄는 올림픽을 계기로 첨단 거대 도시로 변화했다. 잡지 라이프는 당시 올림픽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회”라고 평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과 오랜 경제 침체을 딛고 재도약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줄 계기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WP는 “원작에 부응하는 속편을 만드는 건 힘든 일”이라며 무관중 경기와 선수들의 격리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올림픽이 명백하게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경기 입장권을 팔지 못하게 되면서 8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데다, 코로나19 때문에 부수적인 관광 또한 중지됐다. 후원사들은 이 대회에 30억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은 미미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경기장 입장권은 처음 판매가 개시될 당시만 해도 수요가 높았으나 그 열기는 이제 피로와 무관심, 심지어 적대감으로 바뀌었다고 WP는 진단했다.
대중들 사이에서도 회의론이 만연하다. 대회 취소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무려 45만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현재 올림픽 개최 도시 도쿄는 4차 긴급사태 하에 놓여 있다. 18일 기준 도쿄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닷새째 1000명을 넘었다. 이날 일본 전역의 확진자 수도 3103명으로 5일 연속 3000명을 웃돌았다.
대회 조직위가 내세우는 ‘거품 방역’의 허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올림픽 관계자 수도 55명에 이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대표팀 등 선수촌 입촌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강행하는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보다 올림픽을 중요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IOC 또한 공중 보건보다 중계권료 수익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나카노 고이치 소피아대 정치과학부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난 오랫동안 올림픽 개최를 반대해 왔고 이는 부패와 설명 부족, 국가주의와 상업주의 때문이었다”며 “대체로 일본인들은 올림픽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들이 올림픽에 등을 돌렸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 또한 우려사항으로 지목됐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들은 2576만명으로 전체의 인구의 약 20%에 그친다.
그럼에도 올림픽이 개막하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희망은 있다고 WP는 전했다.
템플대 도쿄캠퍼스의 제프 킹스턴 아시아연구소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우사인 볼트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최고의 운동 선수들이 주최측을 구하고 올림픽에 마법의 불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딩 기회 측면에서 이번 올림픽은 일본의 장점보다는 문제를 보여주는 재앙이었지만, 주최측이 전달하지 못한 영감을 주려면 볼트 때와 같은 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민경 기자 pasta@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