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가 표현 자체 통제…정치적 지뢰밭에 발 들이는 것”
5·18 역사왜곡처벌법(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온라인 상에서 만연한 과거사 왜곡을 범죄시하고 형사 처벌을 추진함으로써 ‘정치적 지뢰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지난 18일(현지시간)자 온라인 보도에서 “한국에서는 고통스럽고 폭력적인 현대사에 뿌리를 둔 정치 분열이 온라인에서 증폭되고 있다”면서 그 사례로 “1980년 광주 항쟁은 한국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중 하나지만, 일부 극우세력은 이를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선동한 ‘폭동’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광주를 포함한 특정 민감한 역사적 주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고, 그 중 일부가 이미 법제화됐다고 했다. 이를 둘러싸고 “진실 수호”라는 지지 입장과, “검열과 역사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한다”는 반대 평가가 한국 내에서 갈리는 점도 짚었다.
반대 의견으로는 북한의 광주 사태 개입설을 주장해온 극우논객 지만원 씨와의 인터뷰를 인용, “옳고 그름은 민주주의의 원동력인 자유 공개 토론을 통해 가려야 하는데, 정부는 역사를 주입(dictate)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 의견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허용하고 억제할지에 대한 논쟁은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면서 미국내 인종차별주의와 노예제가 과거와 현재에 미친 영향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을 예로 들고, “역사왜곡처벌법의 지지자들은 독일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고 서술했다.
NYT는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가짜뉴스’와 ‘자유표현’ 사이에 경계를 그어야 할지, 긋는다면 어디에 그을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런 고민이 미국 등지에서는 주로 소셜미디어 회사가 가진 힘에 집중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표현 자체(speech)를 규제(police)하려는 민주주의 국가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억누르려는 노력이 광범위한 검열로 이어지거나 권위주의적 야망을 부추기진 않을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NYT는 “한국은 오랫동안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신념을 자랑스럽게 여겨왔지만, 주류에 반할 땐 가혹한 결과를 겪게 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면서 “문 대통령은 잘못된 정보를 단속해 광주를 역사적으로 정당한 장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고 있지만, 소위 ‘역사 왜곡’을 범죄화함으로써 정치적 지뢰밭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