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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전 76주년, ‘야스쿠니 신사’ 왜 매년 논란일까?

일본이 15일 태평양전쟁 패전 76주년을 맞은 가운데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가 계속해서 동북아 국가들 간의 긴장을 유발하는 발화점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자 기사에서 야스쿠니 신사의 역사와 이를 둘러싼 동북아 국가들의 관계 등을 조명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는 1869년 일본 수도 도쿄도 지요다구 구단키타에 세워진 일본 최대 규모 신사다. 이곳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민간인 등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특히 도쿄 전범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 등 7명과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 고이소 구니아키가 1978년 합사 의식을 거쳐 이곳에 봉안됐다.

신사 구내에 있는 한 박물관에는 일본이 아시아를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묘사가 있어 일본의 전쟁범죄를 합리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곳에선 매년 봄·가을 대규모 위령제 성격의 예대제가 열린다. 일본의 보수 우익 정치인들은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년 봄·가을 제사와 태평양전쟁 패전일에 맞춰 이곳을 집단으로 참배하고 있다.

◇일본의 전범 추모, 한국·중국 분노 촉발 불가피: 일본의 보수·우익 진영에서는 국가 지도자가 전몰자를 추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한국과 중국은 전범들이 추모라는 명예를 누리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국은 1910~1945년 일제 강점기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고, 중국 또한 1931~1945년 있었던 일제의 침략과 당시 있었던 잔인한 학살에 대해 씁쓸한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후 많은 일본 총리들이 야스쿠니를 방문했으나 주변국의 반응을 의식해 공식적인 방문이라는 말은 삼갔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패전 40주년이었던 1985년 공식 방문을 해 중국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뒤 야스쿠니 신사를 다시 찾지 않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우 2013년 야스쿠니 참배 뒤 한국·중국 등은 물론 미국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자 그 뒤론 주요 행사 때 공물을 보내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그는 총리 퇴임 사흘 뒤인 지난해 9월 전격 참배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번 패전일에는 직접 참배하는 대신 다마구시료(玉串料)라는 공물을 사비로 봉납할 예정이다. 지지통신은 총리, 장관의 참배에는 중국·한국의 반발이 뿌리 깊기 때문에 스가 총리가 외교상의 ‘배려’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왕들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기피해 왔다. 히로히토 일왕은 일본군이 참전했다는 명목으로 종전부터 1975년까지 8차례 야스쿠니를 참배했고 이후에 그만뒀다. 역사학자들은 그가 신사에 전범들이 합사된 것에 대한 불쾌감 때문에 참배를 그만뒀다고 보고 있다.

이후 일왕들은 아무도 야스쿠니 신사를 찾지 않았다. 1989년 즉위해 2019년 퇴위한 히로히토 일왕의 아들 아키히토 상왕도 방문하지 않았고, 현 나루히토 일왕도 이곳에 가지 않았다.

◇대체 위령지 주장도 나왔지만 변경 어려울 듯: 일본 내 비판론자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보고, 지도자들이 이곳에 방문하는 건 헌법에 명시된 정교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할 위령지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1km 떨어진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은 주변국의 분노를 자아내는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만한 대안 시설로 일본 현지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는 ‘무명용사의 묘’로 태평양 전쟁 이후 수집된 유골 가운데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유골이 안치돼 있다.

일각에서는 A급 전범을 합사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신사 관계자들은 이런 방안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강민경 기자 pasta@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