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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아빠·의무병부터 2001년 전쟁둥이까지…카불 테러로 숨진 美 해병들

국방부 공식 발표 없었지만 가족·지자체 등 통해 공개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한 미군들의 사연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가족들과 지역 당국에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프간 아이에게 사탕 주는 영상 보낸 아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숨진 캘리포니아 출신 해병 카렘 니코이의 아버지 스티브 니코이는 전날 저녁 집에 온 3명의 해병대원에게서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버지 니코이는 “아들이 테러 공격 전날에만 해도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동영상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들 니코이는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2001년에 태어난 ‘전쟁둥이’다. 아버지 니코이는 “전쟁이 시작된 해에 태어나 전쟁이 끝나면서 삶을 마감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대통령이, 군이 이번 일을 처리한 방식에 실망했다. 지상 지휘관들이 위협을 인지하고 대응했어야 했다”면서 분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태어날 아기 못 보고 떠나

신원이 확인된 또 다른 희생자는 와이오밍주(州) 출신으로, 2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 해병에 입대한 라일 맥컬럼이다.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어제(26일) 카불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우리 주민 중 한 명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하다”면서 고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질리언 발로 와이오밍주 교육감도 성명을 내고 “맥컬럼이 주 소재 잭슨 홀 고등학교를 2019년에 졸업했다”면서 “내 마음과 기도를 라일의 가족과 친구, 잭슨 커뮤니티 전체에 바친다”고 밝혔다.

특히 고인은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맥컬럼 부부의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난 5월 결혼사진과 함께 부부가 임신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예비 의사의 마지막 메시지 “죽거나 죽이거나”

롭 포트먼 미 연방 상원의원(공화, 오하이오)은 트위터를 통해 “오하이오의 해군 의무병 맥스 소비아크도 이번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여동생 마릴린 소비아크는 인스타그램에 “예쁘고, 똑똑하고, 드럼을 잘 치고, 성가시지만, 매력적인 내 남동생이 어제 목숨을 구하는 일을 돕다 숨졌다”고 적었다.

고인의 인스타그램에는 해변에서 웃는 모습과 암벽 등반하는 사진, 스키를 타거나 두 어린아이와 함께 찍은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2019년 그는 “그냥 형이 아니라 난 멋진 형”이라고 썼다.

그러나 그가 인스타그램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에는 죽음이 예견돼 있었다. 6월 10일에 올린 게시물에서 소비아크는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확실히 죽이려고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군복을 입고 무기를 든 사진이 담겨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지난 26일 카불 공항 애비 게이트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92명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170명이 넘는다는 후속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테러 공격은 이슬람국가(IS)의 분파 IS호라산(IS-K)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이는 탈레반과 사이가 좋지 않은 IS호라산이 탈레반의 새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자행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