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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을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통과하는 국경 중 하나이며, 두 국가를 연결하는 국경 중 10번째로 큰 국경 도시인 멕시코 티후아나를 샌디에고를 통해 걸어서 방문했다.
인구 150만의 사막도시 티후아나에는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콜로라도 강물이 항상 부족하여 하루 몇 시간씩 단수 조치를 취하지만 전기는 풍족하여 오히려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멕시코의 모서리라고 불리는 이 변방 도시는 1848년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선이 설정된 이후 도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인들이 싸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술과 카지노, 마약, 매춘을 위해 국경을 넘어와 일일생활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멕시코는 만 18세에 술을 구입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었고, 처방전 없이 약을 구매할 수 있어 도시에는 한 블럭 건너 하나씩 약국이 있었지만 미국인 고객으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거리를 누비는 차량 거의 25%는 캘리포니아 택을 달고 있을 정도로 마치 캘리포니아 속의 작은 멕시코를 보는 것 같았다.
산업 도시이라 삼성, LG 등 한국 대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캘리포니아를 오가는 유동인구는 제법 있지만 실제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500명 정도이다고 이곳에서 20년간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의 귀띰이다.
도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국경 철책선은 산등성이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택 뒷마당을 가로지르며 도시 흉물이 되어 있었고, 마약 밀매범을 색출하기 위한 군경 국경 합동 검문소는 기관총까지 동원되는 등 살벌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철책선은 많은 시민들로 붐비는 티후아나 해수욕장에도 설치되어 태평양 연안의 아름다움을 해치고 있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곳을 갯고랑 또는 갯골이라고 불리는데, 철책선은 딱 그곳까지 쳐저있었지만 헤엄쳐서 월경하는 밀입국자들은 필자가 찾은 그날(2021.08.28)도 어김없이 있었고, 이날 월경에 성공한 4명의 밀입국들은 즉시 국경수비대에 순순히 체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민자들이 드론을 비롯한 감시 카메라가 24시간 작동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국경을 넘어가는 이유는 대부분 미국의 국경수비대에 자수하고 합법적인 이민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멕시코 측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한 차량은 국방 수비대가 아닌 소방서(Bomberos) 소속 라이프가드 요원들로 밀입국자들의 익사에 대비했을 뿐 멕시코 정부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정작 멕시코와 티우아나시의 골칫거리는 마약 밀매와 이민을 위한 미국 밀입국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거리는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이었다.
‘캐러밴(Caravan)’은 걷거나 차를 타고 무리 지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키는 말로 현재 티후아나에는 2018년부터 중미 온두라스 출신 3000여 명의 이민자들이 임시보호소에서 국제 미아가 되어 있었다.
이들의 거주지를 둘러보니 허름한 텐트나 거죽을 덮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고 위생과 도시 환경 문제로 현지 시민들은 이들을 혐오하면서 나갈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는 것이다. 트럼프에서 이민자에 우호적인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자 기대를 건 중남미 출신들 상당수가 지금도 과테말라와 멕시코 남부 국경 지대에서 무작정 미국행 북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국경 정치 문제를 떠나 이들 캐러밴이 거주하는 곳에 국제 구호단체나 선교단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 보였다.
주말을 맞아 몰려든 해수욕장 인파 너머로 해안 철책선이 보인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