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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권 탄압한 탈레반, 아프간 명소서 ‘오리배’ 타고 여유

반디 아미르, 타임지 선정 ‘가장 뛰어난 자연경관’ “안전한 장소 중 하나…한 때 단체 관광객 오기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립공원에서 오리배를 타고 여유를 즐기는 탈레반의 모습이 공개됐다.

시리야, 이라크,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제이크 한라한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총을 쥔 채 오리배를 타고 있는 탈레반의 모습을 공유했다.

탈레반이 오리배를 타고 있는 곳은 아프가니스탄 동부 바미안 주 반디 아미르 국립공원이다. 한때 관광지로 이름을 떨쳤던 이 공원은 6개의 깊고 푸른 호수를 자랑한다.

지난 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가장 뛰어난 자연경관’ 명소로 알려졌으며,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사파이어 색깔의 맑고 투명한 물 색깔을 자랑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한 여행사 설립자인 제임스 윌콕스는 지난 2019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호수에 대해 “한 때 단체 여행객들을 데려올 만큼 충분히 안전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여행객들을 반디 아미르에 데려갈 때마다 그들은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교적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진 이 명소마저 탈레반이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소총과 바주카포 등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 20여 명이 형형색색의 페달 보트를 타고 자연경관을 즐기는 모습은 고통받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앞서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에도 놀이공원에서 범퍼카와 회전목마를 타며 승전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이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리배 타는 모습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호수인데 이게 뭐냐”, “탈레반은 즐거워하고 있다”, “탈레반이 호수를 망쳤다” 등 비난했다.

한편 탈레반은 여전히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등 제한 조치를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이날 카불의 신임 시장 함둘라 노마니는 “탈레반은 여성이 당분간 일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 공무원들에게 출근 금지령을 내렸다. 또한 여성부를 폐지하면서 도덕 경찰을 부활시켜 이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여성이 활동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면서 “왜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빼앗느냐. 오늘날의 아프간 여성은 26년 전의 여성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소봄이 기자 sby@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