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상이 집과 가정 중심으로 바뀐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한민족 최대의 명절 중에 하나인 추석을 맞이한 워싱턴 동포사회의 추석 분위기를 살펴봤다. 세대가 바뀌면서 명절이라는 분위기는 점점 식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맞이하는 미주한인들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분해도 너무 차분한 분위기였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한국 전통시장 냄새가 풍기는 한인마켓이다. 그러나 해마다 명절 때면 대목을 노리는 대형한인마켓은 추석이 주중에 끼어 있는 바람에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 마켓 야채 부장은 “추석 용 과일들을 제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배, 사과 등 선물용 과일박스만 평소보다 많이 나갔을 뿐 추석 대목이라는 분위기는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고 귀띰했다. 이런 현상은 그로서리, 밑반찬부도 마찬가지로 제수용품들도 해마다 찾는 고객들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마켓에서 만난 한인 고객에 따르면 “자녀들이 싫어하는 분위기이라 해마다 지내던 조상 제사도 지내지 않은 지 몇 년 되었다”면서 “한국에서 양력설과 음력설을 이중과세라고 하듯이 미국에 사는 요즘 세대들은 추석과 추석감사절을 이중과세 취급되고 있는 형편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민 1세대인 그분은 설은 신정으로 그리고 추석은 ‘추수감사절’로 대신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래도 추석이니 송편 한팩키지 사서 기분내려고 한다”고 하셨다.
그렇다.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었다. 잔치음식과 떡으로 유명한 애난데일 시루에서는 송편과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이 업소 이성룡 사장은 “이번 추석은 화요일이라 송편 오더가 적을 것으로 예상을 했었지만 지난 금요일부터 만들기 시작한 송편이 추석인 당일 오후까지 오더가 꽉 차 워킹 손님들에게는 전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송편을 조금 사 식구들과 나누어 먹고자 했지만 전혀 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나물과 전 같은 제사용 음식은 오더가 밀려있었다.
명절 때면 가장 바쁜 곳이 또 있다 바로 한국으로 송금하려는 고객들로 붐비는 한인은행들이다. 서비스 기간 내 송금하면 20~30달러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한인은행들의 무료 송금 서비스가 본격 시작된다.
우리은행 애난데일 지점에서는 올해도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찾아 주셨지만 송금액은 예년만 못하다고 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뱅킹을 선호하고 있지만 명절 때에 맞춰 송금하시는 송금 액수만 조금 줄었지 고객은 그리 크게 줄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 집 마당에는 세발 가마솥이 걸린다. 원근 각지에서 오는 집안 손님을 맞기 위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다. 명절 때가 되면 이발하고 새 옷, 새 신발로 때 빼고 광내고 있다가 친척들이 오랜만에 와서 주는 용돈도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요즘은 친척 집은 고사하고 친형제들도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으니, 이제 우리 세대가 사라지면 아마도 추석이란 그저 한국의 공휴일 정도로만 남을 것 같다. 그나마 한인교회나 한국학교들이 차세대들에게 우리 고유의 명절 문화를 잘 가르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