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Featured 미주한인뉴스

[2022년 새해 아침] 호랑이 단상

<사진>1908년 최남선은 ‘소년’지를 창간하면서 창간호에 한반도 호랑이 지도를 넣었다. 최남선은 일본지리학자가 우리나라의 형상을 토끼로 비유한 것에 반발하여 호랑이 지도를 그렸다. 최남선의 한반도 호랑이 지도는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할퀴며 달려드는 호랑이 모양이다. 이러한 호랑이 지도는 발표 후 엄청난 호응을 받아 우리나라의 상징으로써 각종 잡지에는 호랑이가 자주 그려지게 되었다. /사진 출처 : 스퀘어 카테고리 (theqoo.net) 블로그

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호(虎)와 랑(狼), 범과 이리가 합쳐진 이름으로 가장 무서운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도 인도 등지에서 호랑이에 물려 죽는 사건이 가끔 발생하고 있듯이 호환(虎患)은 실제로 조선시대까지만해도 우리 조상들에게는 치명적 공포의 대상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상들은 이런 두려움의 대상인 호랑이를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며 영험한 동물로 대접했다는 것이다. 귀신과 액운을 몰아낸다고 하여 매년 정초가 되면 궁궐을 비롯하여 관가나 민가에서는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붙였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요즘도 시골이나 한옥 마을에서 가끔 볼 수가 있기도 하다.

이렇듯 구전 설화나 전설로 그리고 민화 속의 동물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숙한 호랑이의 운명도 일제에 의해 조선시대와 함께 막을 내린다.

일제는 사람과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해수(害獸) 즉 해로운 동믈을 구제한다는 ‘해수 구제 정책’으로 호랑이를 멸절 시켰다. 기록에 의하면 남한에서는 1924년 경북 경주를 마지막으로, 북한에서는 1987년 자강도에서 잡힌 수컷 호랑이가 마지막으로 포획된 호랑이로 되어 있다.

일제의 이런 마구잡이 식 호랑이 사냥은 값비싼 호피 공급과 한민족의 기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던 남의 나라에서 야생동물들의 종을 체계적으로 보존치 않고 절멸시킨 것은 국제적으로도 지탄받을만하다.

우리 민족의 기를 죽이기 위한 저들의 허무맹랑한 행위는 삼천리 방방곡곡 명산마다 깊게 꽂혀 있는 쇠막대기만 보더라도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닐 것이다.

일제시대 우리는 한반도를 토끼 형상으로 지리 교육을 받았을 정도로 저들은 집요하게 한민족의 기상을 깔아뭉개려 했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묘사하기 시작한 것은 육당 최남선이 최초이다. 육당은 1908년 11월 잡지‘소년’ 창간호에 한반도 호랑이 지도를 넣었다. 이 한반도 지도는 앞발을 쳐들고 서 있는 호랑이의 모습과 흡사했다. 호랑이 지도는 발표 후 엄청난 호응을 받아 그때부터 우리 영토를 호랑이 모습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호랑이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각하게 되었다. 호돌이를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로, 수호랑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908년부터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그리기 시작했지만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뜬다는 포항 ‘호미곶’은 2001년 12월에야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한반도 지도 전체를 호랑이 모습으로 봤을 때 이 지역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지만 일제는 생김새가 말갈기와 같다 하여 장기곶으로 불렀다. 오래전 이민 오신 분들 중에 장미곶은 알아도 호미곶이 어딘지 모르는 분이 많은 이유이다.

묵제 권명원 선생께서 새해아침 보내온 호랑이 휘호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산군, 산신령으로 부르면서 든든한 수호신으로 여겼다. 조선이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릴 정도로 호랑이에 관한 설화나 속담이 많은 이유이다.

2022년 호랑이해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이 대선에 대해 국민들은 현 대선 후보들이 영 마음에 차지 않는 모습이다. 대선 후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70%나 나왔다.

호랑이에 관한 속담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130개가 넘는다. 이 중에서 호랑이해에 함께 공유하고 싶은 속담 4개를 선정했다.

“술 담배 참아 소 샀더니 호랑이가 물어 갔다”. 돈을 모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쓸데는 써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는 되도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어느 곳에서나 그 자리에 없다고 남을 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세 사람만 우겨 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여럿이 떠들어 소문내면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처럼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상대를 헐뜯는 두 대선 후보 측에 꼭 들려 주고 싶은 속담이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 뛰어난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이 득세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대한민국 백성들이 제대로 된 대통령을 선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상태이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에 대해 두려움과 동시에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며 귀신과 역병을 몰아낸다고 믿기도 했다. 부디 2022년 호랑이해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모두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