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기긴축 시사에 증시·환율 요동…’퍼펙트스톰’ 우려↑ 우크라 사태, 북한 도발까지…믿었던 미·중 경기마저 둔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가 최근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불확실성이 한 번에 중첩돼 터질 경우 ‘퍼펙트 스톰'(동시다발 악재로 인한 대형 위기) 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는 2~3월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역(逆)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시기여서 불안이 고조된다.
한 달 반이면 퇴임하는 현 정부와 곧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가장 먼저 ‘경제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7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 정세 불안과 관련해 “러시아와 나토가 러시아 접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하고 미국은 파병 가능성에 대비하는 비상대기 명령을 내리는 등 군사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양국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원자재 공급 차질 우려로 에너지, 곡물, 금속 가격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은 장기 계약 비중이 높다. 국제 곡물도 사료용 밀은 올해 10월, 사료용 옥수수는 6월까지 필요 물량을 사전 계약으로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정세 불안에 흔들릴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비중이 적은 점도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의 파급 효과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해 미국이 직접 대응에 나서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크게 확대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미 조기 통화 긴축 가능성이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중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발언하면서 ‘미국이 금리를 여러 번 올릴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했다. 기대보다 매파적인 발언에 26일 미 뉴욕 증시는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인플레의 경우, 국제유가가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올해 물가 여건이 작년과 비교해 결코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기름값과 곡물가격은 산업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여기에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도 금융시장을 혼란케 했다.
환율도 전날 다시 1200원선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곧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소비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무역수지 적자로도 연결될 수 있으며, 환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일부가 경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주요 2개국(G2)인 중국 중국 또한 경기 하강 가능성이 커졌다.
미·중은 우리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무역 상대국이다. 자칫 미·중을 중심으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치면 우리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위태로워지고, 그러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3.1% 성장도 요원해진다.
퇴임을 불과 1개월 반 앞둔 현 정부로서는 첩첩산중인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표를 봤을 때 (퍼펙트 스톰) 가능성이 영 없지 않다”며 “국내에서는 가계부채만 봐도 위험한 상황이고, 국제적으로도 여러 문제가 한 번에 터질 경우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혜지 기자 icef08@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