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강행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초치되고 있다. 2022.1.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외교부, 주한대사 초치해 강력항의 “등재 시도 즉각 중단하라” 전문가 “일본의 약속 불이행 알릴 장·단기 ‘투트랙’ 대응 필요”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동이 이뤄진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천을 강행함에 따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한일관계가 재차 경색될 전망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28일 니가타(新潟)현 소재 사도광산을 2023년 등록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은 등재 신청 마감일 내달 1일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이를 공식 결정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가 지난달 28일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항의했다.
이후 일본 언론들로부턴 우리 정부의 반발에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보류’하기로 했단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기시나 후미오 내각은 신청을 강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엔 집권 자민당 내 극우 성향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내각은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7일 “한국과의 역사 전쟁은 피할 수 없다”며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는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시 한국인 강제 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했다.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결정이 비판을 받는 건 ‘여측이심'(如廁二心·뒷간 갈 때 마음 다르고 올적 마음 다르다) 행보를 보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시설 23곳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됐을 때도 ‘조선인 강제노역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시키겠다’고 했지만 관련 약속을 6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본은 작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세계유산위는 ‘군함도 약속 불이행’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strongly regrets)’을 표명했다.
일본은 당초 △1940년대 군함도 내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강제노역 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 △인포메이션 센터와 같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일본의 이번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강행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 정부의 장·단기 ‘투트랙’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정부는 단기적으로 사도광산에 대한 자료를 모으면서 유네스코에 일본의 약속 불이행 등을 어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론 사도광산 진상규명 대응 기관을 만들과 일본의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위원은 “국민들이 강제동원의 역사를 이해하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연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이상화 공공외교대사를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관련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노민호 기자 ntiger@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